탈당 거부 의원들, 공개 반발..여당 "고육지책", 징계엔 선 그어
당에선 "이해할 것" 설득..대선주자들도 "지도부 경의" 옹호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탈당을 권고한 당 국회의원들의 공개 반발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도부는 “불가피한 조치” “고육지책”이라는 표현으로 단호한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징계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의원 12명 가운데 4명(우상호·오영훈·김한정·김회재 의원)은 지도부의 탈당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은 권고 다음날인 9일 지도부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당 법률위원장이기도 한 김회재 의원은 이날 송영길 대표와 면담하고 기자들과 만나 “명백히 잘못된 조치”라며 “탈당 권유를 철회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한정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지도부 결정은 졸속이고 잘못됐다”며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고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지도부는 안타깝다면서도 탈당 권고를 철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에 보여줬던 내로남불과 부동산 문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마음 아픈 일이 많지만 우리 민주당이 새롭게 변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탈당 권고를 거부한 의원들에 대한 징계 추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탈당을 않겠다면 징계위원회가 열려 제명 쪽으로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한정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누구를 협박하는 건가”라며 반발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지도부는 징계 논의에 선을 그었다. 지도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송 대표가 ‘징계는 절대 아니다. 그렇게 접근하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당 고위 관계자도 통화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과정의 모양새도 아름다워야 한다”며 “파열음을 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탈당 권고로 상징되는 당의 쇄신 의지가 당내 갈등으로 비화돼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해석된다.
지도부는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당분간은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지도부의 선제적 조치를 설득해가겠다”며 “당의 결정에 따라달라”고 말했다.
지도부 내부에서는 의원들이 ‘선당후사’라는 대의에 따라 탈당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결국은 선당후사를 실천하며 승복할 것”이라며 “이분들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최고위원도 통화에서 “탈당 권고에 반발하는 의원들도 조만간 이해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지도부 방침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SNS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탈당 권유를 한 송 대표와 당 지도부의 고뇌 어린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 아픈 과정이 진실을 밝히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가 고심의 결정을 한 것 같다”며 “소명 가능한 의원들이 계시면 빨리 혐의를 벗고 명예롭게 복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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