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 장 코르미에 [황희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책을 펼쳤을 때 첫 느낌은 ‘혁명가가 이렇게 잘생겨도 되나?’ ‘왜, 무엇이, 부유층 출신에, 의대까지 졸업한 그를 혁명으로 내몰아, 비참한 최후를 맞게 했나?’였다. 체 게바라가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 1967년은 내가 태어난 해이다. 내가 축복받으며 태어난 7월, 지구 반대편 어느 혁명가에게는 매우 가혹하고 참담한 하루하루였을 것이다.
아르헨티나 부유층에서 태어나 의대를 나온 체 게바라는 모터사이클로 남미대륙을 여행하며 충격적인 대중의 삶을 접한다. 그는 혁명가의 삶을 택하기로 결심한다. 쿠바혁명에 성공했으나, 혁명정부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다시 혁명의 현장으로 돌아간다. 다른 나라에 경제적 종속을 요구하는 소련에 대한 날선 비판은 혁명가를 더 이상 설 수 없는 궁지로 내몰았고, 결국 볼리비아에서 게릴라전을 마지막으로 체포돼 생을 마감한다.
“아빠는 소신껏 행동했고 신념에 충실했다. 이 세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행해질 모든 불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다.”
자녀에게 보낸 편지에서 볼 수 있듯, 체 게바라는 가장 현실적이면서 가장 이상적인 사람이다. 나는 그를 좌파적 체제와 이데올로기에 가두기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컸던 자유로운 혁명가라고 평가하고 싶다.
체 게바라 사후, 세상은 잘생긴 혁명가에게 체제와 이념을 뛰어넘는 팬덤을 형성한다. 인종과 문화·사상을 넘어 사람 자체에 대한 애정과 불의에 대한 지속적 저항이 팬덤의 본질일 것이다. 생을 마감하고 조용히 눈감은 체 게바라의 모습에서 예수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끊임없이 지배질서에 저항하고, 지배사상에 도전하는 사람이 시민이라던 고 노무현 대통령도 떠올려본다. 모두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람을 위한 희생을 아끼지 않았다.
급격한 기술환경의 발전과 코로나 팬데믹은 세상을 각박하게 몰아세운다. 특권과 반칙, 편견과 갈등 , 억압과 폭력은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케 한다. 생사를 넘는 혁명에서 이제는 모두의 문화가 돼버린 체 게바라에게 사상도 이념도 아닌 사람을 느낀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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