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상인들이 유니폼 입고 홍보.. 여행자 발길 붙잡는 '핫플'로 떴다

은진 2021. 6. 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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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역 5분거리 '초역세권'
모텔촌 부정적 이미지 탈피
밝은 조명에 수시로 이벤트
곱창·족발 등 다양한 먹거리
고객센터 지역 커뮤니티 활용
온누리상품권 결제 10% 할인
한때 '왕십리종합시장'으로 불렸던 서울 성동구 도선동 상점가의 모습. 화재로 사라질뻔했던 시장을 상인들이 살려냈다.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왕십리 도선동 상점가

서울 성동구의 '왕십리도선동상점가'. 왕십리역과 상왕십리역 사이에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은 왕십리역 인근 곱창거리, 여행자거리와 함께 대표적인 성동구의 상점가로 꼽힌다. 도선동 상점가는 과거 왕십리종합시장이 있던 부지에 설립됐다. 왕십리종합시장에서 발생한 1990년대 대형 화재로 대부분의 상점이 손실된 이후 성동구 전통시장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가 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2008년 다시 상점가를 이뤄낸 것이다.

◇발길 뜸했던 골목에서 '핫플레이스'로= 도선동 골목상권은 왕십리역에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초역세권에 형성돼 있다. 높은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도선동 상권은 줄곧 유동인구와 지역민들로 붐비는 왕십리역과 동떨어진 분위기를 보였다. 상가가 모텔들과 인접해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고 한다. 교통이 편리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 숙박시설이 오히려 상권을 무너뜨리는 역설적인 현상이 생긴 것이다.

도선동 골목상권의 분위기가 180도 바뀐 것은 2015년 서울시 골목형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부터다. 이후 성동구에서 '모텔촌'을 '여행자거리'로 탈바꿈하는 안을 제시했고 모텔촌 일대의 어두운 분위기를 거둬내기 위해 밝은 조명을 단 아트월을 설치하는 등 지자체와 상인들의 자구노력이 이어졌다.

도선동 상권이 살아나면서 여행자거리 내에 산발적으로 위치한 상점가도 '도선동 상점가'로 묶여 왕십리의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전통시장 공동마케팅 사업에 선정돼 마케팅비 지원을 받아 상권 홍보에도 앞장섰다. 상인회가 직접 유니폼을 맞춰 입고 홍보에 나서는 등 상인들의 절실함이 보태졌다. 상인회 자체 상품권과 기념품도 제작해 상점가를 찾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도 수시로 진행했다.

이 결과 왕십리도선동 상점가는 2019년 소진공이 전국 1800여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선정한 우수사례로 꼽혔다. 서울시 전통시장 중에서는 단 3곳을 뽑았는데, 그 중에 선정된 것이다. 소진공은 당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상인회와 시장내 점포주가 함께 적극적인 활동으로 공동마케팅을 벌이며 모범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코로나19는 살아나던 도선동 상권도 얼려버렸다. 식재료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코로나 사태로 그야말로 '얼음' 상태였는데 그나마 나아지고 있다"며 "품목마다 차이는 있지만, 쌀, 양념 등 식자재를 팔다 보니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주민들의 '사랑방'부터 대학생들의 '낭만'까지= 도선동상점가에서는 왕십리 대표음식으로 꼽히는 곱창부터 족발, 고기집, 참치, 해산물포차 등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는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성동구청은 지역 내 대표 상점가인 도선동상점가를 비롯해 한양대앞상점가, 뚝도시장을 대상으로 '전통시장 및 상점가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선동상점가 내 동네 미용실은 단순히 미용을 위한 곳 이상의 역할을 한다. 이곳을 찾는 지역주민들은 미용실에서 밀린 수다를 떨기도 하고, 미용실을 소통창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각종 깨, 콩가루, 참기름, 들기름 등 국산 식재료를 판매하는 식품점도 미용실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도선동 인근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은 물론 도선동상점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도 이곳을 찾는다.

본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필요한 식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들렀다는 한 치킨가게 사장님은 "지금은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이곳 상권 상인들끼리는 끈끈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전했다.

지자체도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했다. 성동구는 서울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왕십리도선동 상점가 고객센터'를 건립했다. 전통시장에 위치한 고객센터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말 그대로 도선동상점가를 찾는 고객과 지역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취미교실 등 실생활 관련 주민 참여 프로그램과 상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교육 공간으로 활용돼 침체된 상권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취지다.

도선동상점가 내 가게에선 온누리상품권을 활용할 수 있다. 10% 구매 할인율을 제공해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하는 고객들은 실질적인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상인은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하는 고객들이 많이 늘었다"며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도 힘이 되고, 소비자 입장에선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윈윈'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골목 곳곳 '나만의 맛집' 찾기= 도선동상점가를 찾는다면 다양한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완연한 여름 날씨에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로 더위를 식힐 수 있고, 곳곳에는 테이블을 펴놓고 술자리를 즐길 수 있도록 '야장'도 마련돼있었다. 여러 곳에 위치한 반찬가게는 입맛에 맞게 골라 담는 재미를 줬고 족발·치킨 등 시장하면 떠오르는 먹거리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길거리에 설치된 테이블에서 갈매기살을 구워먹는 재미도 만날 수 있다. '갈매기의꿈'에서는 두툼한 갈매기살을 석쇠에 올려 구워내는데, 야외 풍경이 고기 맛을 더욱 높인다.

시원한 생맥주 한 잔에 간단한 안주거리들을 즐길 수 있는 치킨집과 건어물 가게도 많다. 가격이 저렴해 가볍게 들르기도 좋고,모두 골목에 위치해있어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이 가게들도 낮부터 맥주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한데,인근의 주민들이 모여 대화의 장이 열리기도 한다.

왕십리의 대표음식인 '곱창'과 '족발' 맛집도 빼놓을 수 없다. '꽃보다족발', '달인의족발'에서는 쫄깃쫄깃한 족발을 맛볼 수 있다. 적당한 기름기의 족발은 부들부들한 살코기와 함께 씹는 맛을 더하고, 집에서 가족과 즐기려 포장해가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매일 신선한 한우를 도축해 만드는 '왕십리원조왕곱창'은 왕십리의 대표 음식 '곱창'을 맛볼 수 있는 도선동상점가의 맛집이다.이 곳은 곱이 가득 차있는 곱창을 자글자글한 기름에 구워 먹을 수 있어 그 고소함이 두 배가 된다. 천엽과 가끔 만날 수 있는 간은 서비스다. 이곳 사장님은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처음 왔느냐"며 곱창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느라 분주했다.

오래된 상권 특유의 정비되지 않은 골목 틈 사이로 "여기에 이런 곳이 있어?"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트렌디한 음식점도 즐비하다. 요즘 SNS에서 떠오르는 해산물 맛집인 '주전자', '아라참치', '바다잔치', '오징어나라'의 간판이 눈에 띄었다.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참치를 무한리필로 맛볼 수 있는 곳과 '해물한다라이'라는 메뉴 이름에 걸맞게 예쁜 모양으로 구성된 조개찜은 저절로 휴대폰 카메라를 들게 만든다.

해산물 포차로 유명한 '주전자'를 찾은 한 손님은 도선동상점가의 장점으로 "친구들끼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비싸고 불필요하게 멋을 낸 가게들보다 소박하고 노포 느낌이 나는 곳들이 많아 젊은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는 후문이다.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한 손님은 "어릴 때 이후로 도선동에 한동안 오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자주 놀러 온다"며 "올 때마다 새로운 가게들이 생겨나는 것 같아 오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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