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수요일은 학교에 가지 않는 날..그렇다면 노는 날인가?

김문주 2021. 6. 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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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교육 개편 후 초등학교 주 4일제로 변경

다양한 문화 교육 및 방과 후 활동으로 하루를 보내

맞벌이 가정을 위한 직장 내 각종 지원 혜택도 있어

한국의 초등학생들이 주 5일제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것도 10년이 흘러간다. 이곳 프랑스에서는 많은 초등학생들이 주 4일제로 학교에 다니고 있다. ‘놀토’에 이어 ‘놀 수’가 생긴 것이다.

1980년대 이후 프랑스 학계와 교육학자들 사이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시간표 편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과연 일주일에 5일을 매일 학교에 나가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4일로 줄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와 같은 고민으로 몇 년간 교육정책이 바뀌면서 학생들의 수업 시간표도 수차례 변경돼 왔다. 2008년 사르코지 대통령 시절 주 4일제 운영에서 2013년 올랑드 대통령 시절 주 5일제로 변경됐다.

당시 학생들이 주 4일 학교에 나갈 경우, 수업이 너무 늦게 끝난다는 우려에 다시 주 5일제를 도입했다. 또한 학생들의 뇌 발달이 아침에 활발하다는 점을 바탕으로 수요일 오전 수업을 추가했다.

그러나 2017년 현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 제도가 다시 한번 바뀌게 됐다. 주 4일제 수업시간표를 원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2017년 교육 개편과 함께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80%가 넘는 학부모와 학교 운영위원회가 주 4일제 운영을 찬성했으며 70%가 넘는 교사들이 주 4일제 도입을 원했다. 학교의 경우, 주 5일제 운영에 따른 학교 운영비 절감 차원에서, 학부모의 경우 자녀들의 누적된 피로를 줄이고 여유로운 주중 학교생활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에 장-미셸 블랑케 교육부 장관은 각 도시마다 일주일에 총 24시간 규정 하에 주 4일 혹은 4.5일의 수업시간표를 자유롭게 배분하도록 했다. 이후 2018년 프랑스 시장 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전국에서 공립학교가 있는 87%의 지역에서 수요일을 학교에 가지 않는 날로 선택했다.

그렇다면 프랑스 초등학생들은 수요일을 어떻게 보낼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평일 학교에 다닐 때 하지 못한 다양한 문화, 체험학습 및 방과 후 활동으로 시간을 보낸다. 특히 미술, 음악, 스포츠와 관련된 활동을 배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아이들의 방과 후 교육을 위해서는 부모들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수업이 진행되는 곳까지 바래다주고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하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정이 많은 프랑스에서는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들을 위한 회사에서 제공되는 각종 지원 혜택도 많다. 수요일은 오전만 출근하거나 하루 전체를 쉴 수 있게 허락해 준다. 또한 근무하는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 회사에서는 자녀의 문화활동비 일부를 매달 지원해 준다.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 자녀들을 둔 직장인 오드레(42세)씨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수요일은 출근을 하지 않아도 돼요. 대신 월급의 80%만 지급받지만 수요일 하루는 아이들을 위해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또한 은행에 근무 중인 그녀는 본인 회사에서 아이가 만 8살이 될 때까지 매달 문화 교육비로 70유로(한화 약 9만 원)가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매주 수요일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발레 수업에 참가하는 9살 아지아 ⓒ김문주

이어 그녀의 초등학교 2학년 딸인 아지아(9세)는 “매주 수요일이면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발레 수업을 갈 수 있어서 좋아요. 만약 매일 학교에 나가야 했다면 몸이 많이 피곤했을 것 같아요”라며 주 4일제 시간표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프랑스 초등학생들의 시간표를 지켜보며 한국의 같은 초등학생들의 일상을 떠올려보게 된다. 만약 한국의 초등학생들에게 주 4일 시간표가 편성된다면 과연 수요일 하루를 어떻게 보내게 될까? 또 다른 학습 공부를 위한 학원을 등록하러 가지 않을까? 아니면 프랑스 초등학생들처럼 좀 더 여유로운 문화 체육 활동을 즐길 수 있을까?

아마 향후 몇 년 뒤 프랑스 교육 정책이 바뀌면서 다시 주 5일제가 도입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주 4일제 시간표에 맞춰 학교생활을 하는 프랑스 초등학생들을 지켜보면 바쁜 학교생활 중간 잠깐의 휴식과 개인의 적성에 맞는 방과 후 활동을 실컷 배울 수 있다는 즐거움이 오히려 학교생활을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 보인다.

프랑스 세르지 = 김문주 글로벌 리포터 moonjukim24@gmail.com

■ 필자 소개

전 유네스코 아프리카 교육사업 프로젝트매니저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 국제개발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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