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손님'으로 왔다는 윤석열, 답변은 대선주자급

오연서 2021. 6. 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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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두달 만에 공개 행보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 참석해
"국민 기대·염려 알아..지켜봐달라"
입당 질문에 "차차 알게 될 것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열린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는 걸음걸음마다 “대통령!”이라는 연호가 터져 나왔다. “경호 잘 하라”는 다급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9일 오후 2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취재진과 지지자 수십명이 뒤엉킨 이회영 기념관 개장식 풍경이다. 윤 전 총장으로선 지난 4월2일 아버지와 함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에 나선 뒤 두 달만의 공개행보였다.

이날은 서울시가 주최한 남산예장공원 개장식과, 공원 지하에 위치한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이 함께 열렸다. 우당은 윤 전 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철우 연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의 증조부다. 윤 전 총장은 이회영 선생 기념회의 초대로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

윤 전 총장은 대선후보 지지도 수위를 달리고 있지만 지난 3월 총장직 사퇴 뒤 본인 육성으로 한 차례도 발언한 적이 없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때도 기자들에게 일정만 공지하고 투표소에 나타나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뒤 각계 전문가들과 만나며 ‘대선수업’을 이어갔지만, 윤 전 총장의 말과 상대방의 ‘호평’만 사후에 전달돼 언론의 검증을 피해 ‘비대면 간접정치’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두 달만의 공개행보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이날 오후 1시40분께 행사장에 도착한 윤 전 총장은 기자들에게 “우당과 그 가족의 삶은 엄혹한 이 망국의 상황에서 정말 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아주 생생하게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나라가 어떠한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떠한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고 했다. 오늘 이 우당 선생의 기념관 개관이 아주 뜻깊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참석 소감을 밝혔다.

윤석열 “기대·염려 다 경청…가는 길 지켜봐달라”

정치적 질문이 이어지자 윤 전 총장은 이렇게 답했다.

기자: “국민의힘 입당 검토 중이라고 전해집니다. 입당은 언제 하실 겁니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 “거기에 대해선 제가 아직…. 오늘 처음으로 제가 이렇게 나타났는데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시면 다 아시게 되지 않겠습니까.”

기자: 대권 도전과 관련해서 한 말씀 해주십시오.

윤 전 총장: “그것도 제가 우리 국민 여러분들의 기대, 내지는 염려 이런 걸 제가 다 경청하고 다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좀 지켜봐 주십시오.”

이어 ‘장모가 10원 한장 피해준 것 없다고 말한 입장 그대로인가, ‘오늘 대권행보라고 봐도 되나’라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윤 전 총장은 대답 없이 행사장으로 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열린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영상] 공개행보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 전 총장은 행사장에 들어가 여야 정치인들과 두루 인사를 나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물론 “윤석열 파일을 수집 중”이라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악수했다. 이회영 선생의 후손인 이종찬 우당기념관 관장이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으로 일한 이 관장은 윤 전 총장의 친구인 이철우 교수의 아버지다. 이 관장 옆 자리에 윤 전 총장이 앉자마자 그의 지지자 수십명이 몰려들어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윤 전 총장은 참석한 시민들과 함께 연신 사진을 함께 찍었다. 이때 한 중년 남성이 윤 전 총장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자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이 “주최측! 경호 잘 하라!”며 소리를 질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본인을 규탄하며 행사에 난입한 시민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행사에 ‘피리 부는 소년’ 된 윤석열…오세훈도 “감사”

코로나19 국면 속에서도 개장식 행사에는 ‘윤석열 효과’로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을 주관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축사에서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오셔서 이회영 기념관을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도와주신 윤석열 전 검찰총장님, 정말 환영한다. 앞으로 자주 모셔야겠다”는 인사를 건넸다. 윤 전 총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숙여 인사했다.

개장식이 끝난 뒤 이회영 기념관 관람을 위해 이동하는 윤 전 총장 뒤로 수백명의 지지자와 취재진이 뒤엉켜 따라붙었다. 대선과 관련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오늘이 이회영 선생을 기리는 날이지 않냐. 제가 그냥 여기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라는 말씀을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오늘은 여기 손님으로 온 사람”이라고 답을 피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구속하라”는 상반된 구호를 들으며 윤 전 총장은 오후 3시께 행사장을 떠났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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