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 '은퇴 부자'..넉넉한 연금으로 여행·쇼핑

이승훈,이새하 2021. 6. 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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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연금 가입 48%, 韓의 2배
노인 평균 수입 5만달러 수준

◆ 노후빈곤 시대 ② ◆

4년 전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피터 헤슬러 씨는 2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 위치한 은퇴자 커뮤니티(CCRC) 윈저에 입주했다. 노인 100여 명이 거주하는 이곳에서는 각종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 병원 서비스 등을 즐길 수 있다.

헤슬러 씨가 한 달에 내는 비용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200만원이다. 그는 공무원 생활을 통해 받는 공적연금 외에도 개인연금 성격인 개인연금계좌(IRA)에 일찍부터 돈을 납입해 넉넉한 노후 생활이 가능해졌다. 헤슬러 씨는 "65세부터 각종 연금으로 매달 5000달러가량을 정부와 보험사 등에서 받고 있다"며 "윈저에 내는 생활비 외에 쇼핑, 취미생활, 여행 등을 다니는 데도 충분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은퇴자만 4630만명에 달하는 미국은 '은퇴자 천국'으로 불린다. 국민 7명 가운데 1명꼴로 은퇴자인 셈이다. 65세 이상 미국인 평균 수입은 2019년 4만7357달러에 달한다.

미국인들이 풍족한 노후 생활을 하는 비결은 사적연금이다. 미국인들의 IRA 등 사적연금 가입률은 최근 48%로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66%가량은 사적연금 등을 통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류재광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일본 등은 주부도 사적연금에 쉽게 가입하고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 이새하 기자]

'3중 연금 안전판' 20대부터 준비…스웨덴 노인 月700만원 받는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3개국 퇴직자 만나보니

정부가 앞장서고
네덜란드 급여 18% 원천징수
스웨덴선 연금 구조개혁 단행
저소득층엔 최저수급액 보장

개인도 철저 준비
투자형 연금 적극적으로 활용
은퇴 10년전부터 미리 가입
노후소득 절반 이상 사적연금

#60대 노부부 프리츠와 마리아 피터르스 씨는 네덜란드 서부 보르스호턴의 정원 달린 작은 집에서 평화로운 노후를 보낸다. 잘 꾸며진 정원 바깥에는 이따끔씩 조정 보트가 지나가는 넓은 강이 흐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VU) 교수로 35년간 일하다 2018년 정년퇴직한 프리츠 씨(69)는 비교적 풍요로운 노후 생활을 즐긴다. 국가와 직장에서 나오는 탄탄한 연금 덕분이다. 네덜란드는 연금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연금제도가 지속가능하고, 공적·사적 연금의 이중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매일경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프리츠 씨는 매달 국가연금으로 795유로(약 108만원), 사학연금에서 3506유로(약 476만원)를 받는다. 연금으로 받는 월 소득만 584만원을 넘는다. 프리츠 씨 또래의 네덜란드 은퇴자들은 국가연금 795유로에 본인이 가입한 연금펀드를 합친 금액을 은퇴 이후 받는다. 그의 부인 마리아 씨(67)도 국가연금 795유로와 개인연금 약 1500유로(약 204만원)를 받는다.

프리츠 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40년 넘게 수입의 70.9%를 연금과 세금으로 냈다"며 "의료가 보장되니 소일거리를 하면서 남은 생을 살아가는 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연금소득에는 별다른 세금이 없다. 연금의 13%(약 450유로)를 대출이자로 내면 나머지를 생활비로 앞당겨 쓸 수도 있다. 마리아 씨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틈틈이 해외여행을 다니는 게 우리의 노후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서남부 도시 룬드에서 만난 클라스 닐슨 씨(73)의 삶도 안정적이다. 그는 2012년 퇴직했다. 닐슨 씨가 매달 받는 연금은 4만스웨덴크로나(약 538만원). 주부인 아내가 받는 연금 1만크로나(약 135만원)를 합치면 부부의 월 소득은 5만크로나(약 673만원)에 달한다. 닐슨 씨가 받는 2만2000크로나(약 296만원)는 회사가 주는 퇴직연금이고, 나머지 1만8000크로나(약 242만원)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공적연금'이다. 닐슨 씨는 "데이터 컨설턴트로 오래 근무하면서 직장을 쉬는 일 없이 꾸준히 임금을 받았고 이에 따라 보험료를 많이 냈기 때문에 연금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 직후 5년간은 별도의 개인연금도 받았다. 닐슨 씨는 "매달 4000크로나(약 54만원)를 15년 동안 개인연금에 넣었다"며 "퇴직 후 5년 동안 매달 1만6000크로나(약 215만원)를 추가로 받았다"고 말했다. 3개 연금을 합치면 퇴직 뒤에도 5년간은 일할 때와 비슷한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닐슨 씨는 "개인연금까지 받은 은퇴 후 첫 5년간은 해외여행도 많이 다녔는데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며 "저금리 장기화로 더 이상 돈을 불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최대한 연금을 아껴 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에 사는 미타라이 히사미 씨(74)는 10년 차 퇴직자다. 노무라종합연구소를 다니던 그는 2011년 9월 퇴사했다. 그의 노후생활은 젊을 때부터 꾸준히 쌓아온 연금 덕분에 안정적이다.

미타라이 씨가 매년 연금으로 받는 돈은 570만엔(약 5778만원). 연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퇴직연금이다. 회사를 떠날 때 퇴직금 4000만엔(약 4억545만원) 중 3000만엔(약 3억408만원)을 회사에 맡긴 그는 사망 시까지 매년 300만엔(약 3040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여기에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매년 20만엔(약 203만원), 정규직 근로자와 공무원을 위한 공적 성격의 후생연금도 매년 150만엔(약 1521만원)씩 받는다.

노후 보장이 잘된 나라의 특징은 공통적으로 연금제도가 탄탄하다는 점이다.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중 보장이 잘돼 있다. 네덜란드의 국가연금(노령연금)은 매달 순급여의 17.9%를 원천징수한다. 네덜란드에 거주하거나 일하는 만 15~64세 연령층은 모두 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퇴직연금(직역연금)은 노사 합의로 대부분의 근로자가 가입한다.

스웨덴은 고령화에 대비해 구조적인 연금 개혁을 했다. 미래 연금 수령액이 정해져 있고 가입자들의 보험료율을 조정해 재정을 맞췄다. 연금을 일찍 받으면 금액이 줄고 늦게 받으면 연금액이 늘어난다. 대신 정부가 연금수급액이 적은 노인을 위해 최저연금을 보장해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대한 인식이다. 스웨덴 역시 '프리미엄 연금'이라는 강제 가입 방식의 사적 연금을 새로 도입했다. 이는 투자형 연금으로 가입자가 스스로 투자할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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