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종목 사라" 격언 입증..현대차 28% 뛸 때 팰런티어 10% '뚝'
삼성전자·테슬라 각각 '톱픽'
동학개미 우량株 집중한 반면
서학은 팰런티어·유니티 등
적자기업에 투자해 수익률 뚝
韓·美 대표지수에도 못미쳐
국내·해외 동시 투자자 수익률
6개월 7.5%로 서학개미와 비슷
◆ 희비 엇갈린 개인투자자 ◆
회사원 박 모씨(34)는 미국 주식만 투자하는 서학개미다. 지난 4월 한창 인기를 끌던 미국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스(SOXL)'를 매수했다가 계좌가 마이너스(-)로 접어들면서 우울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환율 효과를 감안하지 않아도 11% 손실을 보고 말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라고 해서 4월에 SOXL을 사뒀더니 손실만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 가운데 누가 높은 수익을 거뒀을까.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주식 투자자는 해외 주식 투자자보다 월등한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동학개미의 지난 6개월간 평균 수익률이 13.1%에 달했던 것이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는 6.7%에 그쳤고, 국내와 해외 모두 투자하는 투자자 또한 7.5% 수익률을 거뒀다.
다만 동학개미와 서학개미 모두 양국 증시의 대표 지수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21.6% 급등했고,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 또한 14.8% 올랐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익숙한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는 전문가의 조언과 일맥상통한다. '잘 아는 종목을 골라 오래 들고 있어라'는 증시의 격언이 통한다는 것이다. 투자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동학개미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 동안 수익률 26.0%를 거뒀는데, 서학개미는 13.1%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동학개미들은 대체로 국내 우량 대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성향을 보였다. 동학개미 연령대를 살펴보면 40대 이상 비중이 절반을 넘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패턴을 나타냈다.
반면 서학개미는 상대적으로 나쁜 성적표를 거뒀다.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테슬라는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동안 수익률이 6.9% 그쳤다. 테슬라는 당장 실적보다는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는 종목인데, 삼성전자 투자 수익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돌발 행동으로 테슬라 주가가 흔들렸던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애플 또한 수익률이 1.5%에 그쳤다. 서학개미가 세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팰런티어였는데, 이 종목은 10.6% 떨어졌다. 유니티소프트웨어는 심지어 35.8% 떨어졌는데, 두 종목 모두 지난 1분기 당기순적자를 기록했다. 서학개미는 동학개미와 달리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유행과 입소문을 타고 투자하는 성향을 더 많이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은 배당 또한 저조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종목에 투자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기업 가치를 잘 알면서도 안정적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우량주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는 "동학개미는 아무래도 장년층이 많다 보니 투자 경험이 많이 쌓였을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길게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서학개미는 젊은층 비율이 높아 자주 매매를 하는데 이는 수익률을 제고하는 데 악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테슬라보다 견고한 흐름을 보였다"며 "미국에서 최근 에너지, 소비재 업종 주가 상승률이 국내에 알려진 미국 대표 종목들보다 더 높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규식 기자 / 김인오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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