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콰이어트 플레이스2', 극장 갈 이유가 생겼다

김지혜 2021. 6.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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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코로나19 시대'에 굳이 마스크까지 쓰면서 극장에 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은 이 영화 앞에선 접어두자. 참신한 아이디어에 안주하지 않고 영리하게 이야기를 확장한 '콰이어트 플레이스2'가 오는 16일 개봉한다.

2018년 개봉한 공포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에 반응하는 괴생물체의 습격에 사투를 벌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1,700만 달러(한화 약 180억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3억 4천만 달러(3,790억 원)를 벌어 들이며 빅히트를 쳤다.

'13일의 금요일', '스크림' 등 인기 호러 시리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 하나의 이미지는 소리 지르는 주인공의 얼굴이다. 그러나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입틀막'이다. "소리 내면 죽는다"는 설정은 '공포영화=비명'이라는 호러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클리셰를 뒤엎었다.

1편에서는 주인공 가족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도망 다니는데 중점을 뒀다면 2편은 살아남기 위해 괴생물체에 맞서는 주인공들의 적극적인 사투에 포커스를 맞췄다.

영화의 오프닝부터 인상적이다. 시계추를 괴생물체가 등장한 첫날로 돌렸다. 평화로운 오후, 하늘에서는 정체불명의 폭발이 일어나고 마을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된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아빠 리(존 크래신스키)는 아이를 안고 달리고, 엄마 에블린(에밀리 브런트)은 차를 몰고 질주한다. 오프닝 시퀀스에 등장하는 자동차 액션은 가족의 생명을 담보로 한 만큼 여느 액션 영화 못지않게 긴장감과 속도감이 넘친다.

1편과 마찬가지로 괴생물체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다만 이들 가족 나아가 인류의 위기가 닥친 그날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몰입감을 높인다.

괴생물체의 습격 이후 474일째, 세상은 그야말로 폐허가 돼버렸다. 어디를 가도 완전하게 안전한 공간은 없다. 사방 곳곳에 창궐해버린 괴생명체는 소리가 나는 순간 어김없이 인간을 향해 달려든다.

남편과 아빠를 잃은 에블린 가족은 보다 안전한 곳을 찾아다닌다. 그러던 중 폐공장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뜻밖의 인물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갈등과 연대의 시간을 보낸다.

속편에서 두드러진 건 여성과 아이들의 성장이다. 가족을 잃는 충격적 사건을 겪었지만 그들은 난장판 속에서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방어력을 키웠다. 엄마 에블린은 더욱 강해졌고, 아이들은 더욱 영리해졌다.

2편은 공동체에 대한 신뢰 나아가 인간 사이의 연대라는 화두도 던진다. 이 영화에는 괴생물체라는 확실한 빌런이 등장하고, 동지이자 적으로서의 인간도 등장한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최대 장점은 사운드의 활용이다. 소리가 나는 순간과 정적의 순간을 밀당하듯 교차시키며 관객에게 '숨멎' 타임을 제공한다. 사운드가 중요한 영화인 만큼 극장에서 그것도 사운드 특화관에서 본다면 감독이 의도한 영화적 재미를 최대치로 만끽할 수 있다.

공포 영화는 주인공의 손발을 묶는 듯한 환경적 제약을 가미하며 보는 이들의 심리를 옥죈다. 주인공의 침묵은 영화의 적막을 의미하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 침묵의 시간은 긴장감이 최대치로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언젠가 깨지고 마는 침묵은 공포감 최대치의 순간이다. 영화 속 인물과 달리 영화를 보는 관객은 마음껏 소리를 질러도 된다.

1편과 마찬가지로 90분대의 짧은 러닝 타임을 자랑한다. 이야기의 곁가지를 쳐내고, 감정의 늘어짐을 최소화하며, 놀라운 속도감으로 인간이 직면한 공포의 순간을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말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전편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강박이 속편을 망치는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편의 성공을 속편의 지렛대 삼아 같지만 다른 영화로 만들면 될 일이다.

설정의 기발함 만으로도 호러 팬들을 감탄하게 했던 1편을 생각하면 2편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순 없다. 동일한 설정 아래서 캐릭터의 개성을 강화하고, 화두를 확장한 것에만 그쳤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컨저링' 시리즈처럼 클래식으로 회귀한 공포물과는 또 다른, 말초적인 공포감을 선사하는 현대적인 호러물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다.

물론 호러 장르는 호불호가 강해서 '찾아서 볼 영화'라는 열광적인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반면 어떤 이들에게는 '내 돈 주고 사는 스트레스'로 여겨지기도 한다. 취향을 타지만 적어도 취향에 맞아떨어지면 이보다 재미있는 영화가 없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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