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자살위기, 위험군 '사후관리' 강화로 막는다

노도현 기자 2021. 6. 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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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우울증이 의심되거나 자살 위험률이 높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사람들에 대한 ‘사후관리’가 강화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누적된 불안과 고립감이 자살 위기로 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포스트 코로나 대비 자살예방 강화대책’을 논의했다. 지난해 자살사망자(잠정치)는 1만3018명으로 전년보다 781명(5.7%) 줄었지만 우울점수나 자살생각률을 비롯한 위험신호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 재난 시기에는 사회적 긴장, 국민적 단합 등으로 자살사망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영향이 본격화하는 2~3년 후 자살 급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보면, ‘우울’ 평균점수는 5.7점으로 2018년(2.3점)보다 2배 넘게 올랐다. 우울 점수가 10점 이상인 ‘우울 위험군’ 비율은 22.8%로, 2018년(3.8%)의 6배 수준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도 16.3%나 됐다. 이는 지난해 3월(9.7%)보다 1.7배, 2018년(4.7%)의 3.5배 증가한 수치다. 취업기회가 줄면서 미래가 불확실해진 20~30대와 여성의 우울 수준이 특히 높았다. 지난해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률은 전년보다 43% 급증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자살 위험도별 맞춤형 지원이다. 국가트라우마센터, 4개 국립정신병원, 260개 광역·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참여하는 ‘통합심리지원단’을 통해 심리지원을 내실화한다. 이전까지는 국가건강검진에서 우울증 의심자로 분류돼도 우울증상 극복 안내문을 보내는 게 전부였다. 내년부터는 개인이 동의하면 검진결과를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계해 상담을 지원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내는 생활치료센터 안에 심리지원 담당자를 두는 등 확진자·자가격리자·완치자 대상 심리지원도 강화한다.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사각지대도 없앤다. 하반기부터 정신과가 아닌 1차 의료기관에서도 자살위험이 큰 고위험군을 선제적으로 선별해 심리상담 또는 정신과 치료와 연계하는 ‘마음건강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20·30대 여성을 위한 자살예방 정책지원단을 운영해 정신건강 검진도구나 맞춤형 상담 매뉴얼을 개발한다. 자살 유가족에게 행정·법률 상담, 임시거처, 정신건강 치료비를 지원하는 ‘유족지원 원스톱 서비스’ 사업 범위를 전국으로 넓힌다.

응급실에 방문한 자살시도자를 대상으로 한 사후관리 사업 기관도 지난해 69개소에서 올해 88개소로 확대한다. 일반응급의료기관에서 사후관리를 수행하는 응급의료기관으로 연계하는 경우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사후관리 사업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자살시도자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우선 자살예방센터로 연계하고, 추후 본인 요구시 삭제·파기할 수 있도록 자살예방법 개정도 추진한다. 현재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자살 유해환경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 유해화학물질을 이용한 사망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해당 물질을 자살예방법상 자살위해물건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또 판매소를 대상으로 기획 점검을 벌이고, 유해화학물질의 청소년 판매 실태를 파악해 유통 제한 방안을 검토한다.

지구대·파출소는 자살이 많이 일어나는 고위험 장소 순찰을 강화한다. 고위험 장소의 환경을 개선하고 교량에 안전장치를 설치한다. 종교계와 함께 국민참여형 자살예방 캠페인을 벌여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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