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글쓰기 대가'가 현장에서 고발한 불평등 연대기

김준억 2021. 6. 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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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 '노동의 배신'을 쓴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철저히 '체험형 글쓰기'를 표방한다.

3년간 직접 워킹푸어로 일한 생생한 체험담을 담은 그의 책은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 지급 정책을 끌어냈다.

그러나 에런라이크처럼 글을 쓰기는 어려운 게 미국 사회의 현실이다.

그는 '노동의 배신'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벌어들인 인세와 강연 수입 덕분에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현장으로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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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지 않기 위해 쓴다'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밀리언셀러 '노동의 배신'을 쓴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철저히 '체험형 글쓰기'를 표방한다. 3년간 직접 워킹푸어로 일한 생생한 체험담을 담은 그의 책은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 지급 정책을 끌어냈다.

에런라이크가 35년간 영미권 주요 언론에 기고한 글을 묶은 책 '지지 않기 위해 쓴다'(원제 : HAD I KNOWN, 부키 펴냄)가 번역 출간됐다.

몬태나주 작은 광산 마을에서 광부의 딸로 태어난 그는 블루칼라 계층 일가에서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화이트칼라 과학자가 된다. 세포면역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가 작가로 전향한 계기는 출산이었다. 첫아이를 낳은 1970년 여성 의료 상황의 열악함을 목격하고서 이를 고발하는 글을 썼고, 현장에서의 글쓰기는 35년간 이어졌다.

책에 실린 예민한 사회적 의제들을 다룬 글들은 책상 앞에서 쓴 게 아니라 현장의 생생한 경험에서 비롯한 것들이다. 저자는 불법 이민자 문제를 다룬 글에선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의 거대한 담 앞에 서 있고, 사회 안전망과 복지 제도의 민낯을 논할 때는 푼돈이라도 받기 위해 담당자 앞에서 모욕을 참는 복지 수혜자들 곁에 있다.

책은 '노동의 배신'의 집필 계기가 됐던 하퍼스매거진에 기고한 칼럼을 비롯해 37편을 빈곤과 건강, 남성, 페미니즘, 종교, 중산층의 몰락 등 6가지 주제로 묶었다.

책의 미덕은 사회 변화에 대한 통찰이다. 지식인들이 책상머리에서 통계를 토대로 이미 불거진 사회 문제를 논하는 것과 달리 저자는 현장의 경험에서 불평등을 고발해낸다.

그러나 에런라이크처럼 글을 쓰기는 어려운 게 미국 사회의 현실이다.

그는 '노동의 배신'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벌어들인 인세와 강연 수입 덕분에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현장으로 갈 수 있었다.

반면, 미국의 많은 저널리스트는 빈곤을 논할 능력이 있지만, 정작 자신의 가난에 발목이 잡혀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저자는 개탄한다.

저자는 "심각한 사회 문제에 대해 논하고 싶지만 응분의 대가를 전혀 제공하지 않거나 비상식적으로 수준 낮은 미디어 환경 때문에 글만 써서는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재능 있는 저널리스트들이 수천 명쯤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이런 저널리스트들의 빈곤은 빈곤한 저널리즘으로 이어진다"며 "보수를 받아야 당장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점점 듣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인다.

미국에서 보도되는 뉴스 가운데 빈곤에 관한 뉴스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나마 빈곤에 대한 논평은 매우 높은 보수를 받는 이들이 하는 경우가 비정상적으로 많은데, 그들의 논평은 경제 엘리트가 가진 역사적 편견인 가난한 사람들은 수준 이하의 교육을 받고 지성이 떨어지면 자제력이 약하고 올바르지 않은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사람으로 묘사된다고 한다.

"미국처럼 양극화 현상이 극심한 사회에서 계층과 불평등에 대한 정직한 저널리즘을 유지하는 것은 부유층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심화하는 사회 문제는 묻어 버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저자의 경고는 한국 사회에도 유효할 것이다.

424쪽. 1만8천 원.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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