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현장] 12년만 부활한 '여고괴담6-모교' 김서형X김현수와 새 역사 쓴다(종합)
한국 대표 공포 영화가 귀환했다. '여고괴담'이 12년 만에 돌아와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낼 준비를 마쳤다. '여고'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 여기에 긴장감을 배가하는 배우 김서형, 김현수의 섬세한 연기까지 더해져 극강의 공포를 선사한다.
9일 오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 모교'(이하 '여고괴담6')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배우 김서형, 김현수, 최리, 김형서와 이미영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공포 영화 시리즈의 대표 격인 '여고괴담'은 1998년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으로 2009년까지 다섯 편을 선보였다. 12년간 멈춰있던 시리즈는 정식 개봉에 앞서 지난해 '여고괴담 리부트 : 모교'라는 이름으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여고괴담6'는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김서형)가 학교 내 문제아 하영(김현수)을 만나 오랜 시간 비밀처럼 감춰진 장소를 발견하게 되고 잃어버렸던 충격적인 기억의 실체를 마주하는 이야기. 폐쇄된 장소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귀신의 존재, 연이어 일어나는 기이한 이들이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인다. 또 한국 역사의 아픔인 광주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과 학교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불미스러운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이 깊은 여운을 준다.
이미영 감독은 12년 만에 돌아온 '여고괴담'에 이전 시리즈의 연출 포인트를 오마주했다. 그중에서도 1편의 포인트를 마음에 새겼다는 이 감독은 "1편 같은 경우는 23년 정도 지나서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리워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1편의 정서와 기억에 남은 장면들을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1편이 가진 학교의 구성요소들인 흙 운동장, 긴 복도, 나무 프레임 창문 같은 것들을 채우는 학교를 구하고 싶었다. 아기자기하고 편안해 보이는 곳보다는 여학생들과는 덜 어울리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학교를 헌팅했는데 운 좋게도 광주에서 훌륭한 폐교를 찾아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설명했다.
'여고괴담6'은 각자 사연을 가진 은희와 하영이 만나 엮이게 되는데,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한 이 감독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2~3년 전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에피소드를 보고 충격을 에서 한 편을 보고 매우 충격적이었다"는 그는 "진행자 멘트에 '여고괴담'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그때는 내가 '여고괴담' 연출을 할 거라 상상도 못 했지만 그걸 보면서 저게 여고괴담이라고 생각했다"며 "작은 소녀가 마음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면 해결될 수 있는 일에 직면한 게 아니라,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하고 거대한 공포에 직면했을 때의 공포가 얼마큼 끔찍하고 두려웠을지 상상하면서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거대한 공포와 두려움, 상처 이런 것들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고괴담'이라는 이름 자체로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이 있다는 부담감도 뒤따를 수 있지만, 이 감독은 새로운 이야기에 집중했다. '여고괴담6'와 이전 시리즈의 큰 차별점은 학생이 아닌 선생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과거 은희의 서사는 내가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모교'라는 제목을 붙인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며 "모교는 갑자기 들이닥친 침입자에 의해 도시를 상징하기도 하고, 학교의 폐쇄적인 공간은 역사적 이면을 감춰둔 곳에 대한 상징이다. 이 이야기는 과거의 은희에서 출발했고, 그가 다시 자신의 상처가 있는 고향과 학교를 찾아가면서 어떤 일들을 마주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그 이후 스토리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걸출한 배우들을 발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최강희, 김규리, 송지효, 김옥빈, 오연서 등이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여고괴담6'에는 '여고괴담4'에 등장했던 김서형이 재출연했고, 최근 SBS '펜트하우스' 배로나 역으로 사랑받고 있는 김현수가 함께 호흡을 맞췄다. 또 가수 비비가 본명인 김형서로 미스터리 여학생 역을 맡아 신선함을 줬다.
김서형은 "'여고괴담4-목소리'에 출연한 적이 있어서 출연 제안을 해줘서 의아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한 번 읽고 다음 날 연락드릴 정도로 그냥 보내면 후회할 것 같은 작품이었다"며 "'SKY캐슬'을 끝나고 이 작품을 선택했는데, 힘들었지만 김서형이 갖고 있는 내면적인 것들을 쏟아내고 싶었다. 아이들을 지켜내고 싶은 선생님의 마음과 과거가 맞물린 복잡한 마음이 힘들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속 시원하기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현수는 "'여고괴담' 시리즈가 워낙 인기도 많고 전편의 팬들이 많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다. 이제껏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며 "2년 전에 촬영한 작품인데 감사하게도 드라마가 방송할 때 영화가 함께 나올 수 있게 돼 행복하다. '펜트하우스'와는 다른 캐릭터라서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연기 첫 도전인 김형서는 오디션이 아닌 '여고괴담6' 측의 제안을 받고 출연하게 됐다고. 그는 "처음 배우 데뷔 제의를 받고 두렵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여고괴담'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하늘이 나에게 점재해준 기회가 아닐까 싶었다. 운명 같은 느낌을 받고 바로 수락했다"며 "너무 많이 부족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동료 배우들과 감독님이 나에게 도움을 많이 주셨고, 피해 끼치지 않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에 대한 욕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연기자로도 활동할 것을 예고했다.
'여고괴담6'은 '여고괴담' 시리즈를 제작한 씨네2000 故이춘연 대표의 유작이 됐다. 이 대표는 '여고괴담6' 개봉을 앞두고 지난달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 감독은 "한 달 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셔서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황망하다. 이 대표님은 '여고괴담' 시리즈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대단했다"며 "매 시리즈가 다 잘 되지는 않았다. 혹자는 '뭘 또 해?' 어떤 이는 '몇 편까지 할 거야?'라고 할 때마다 한 번도 흔들림 없이 '10편까지 할 것이다. 단순히 자극을 주기 위한 공포영화가 아니라 여학생의 눈물과 슬플, 상처 모든 것들이 공포라는 장르적인 산물로 표현되는 기획이기 때문에 이렇게 매력적인 기획은 다시 있을 수 없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 시리즈들이 나와서 '한국 공포영화'라고 하면 '여고괴담'을 떠올리며 각 편을 한 번씩 꺼내 볼 수 있는 영화 기획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 대표님이 '12년 만에 영화가 나오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너무 어려운 작업이야'라고 말씀하셨다. 왜 어려웠는지 이번에 연출하면서 절감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한 편이 나오기까지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들이 많고, 대가를 치른 만큼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냉정한 현실에 대해 알고 있지만, 잘 완성해서 극장에 걸 수 있는 게 감사하다. 이 대표님의 보살핌으로 다음 시리즈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한편 12년 만에 돌아온 공포 영화 '여고괴담6'는 오는 17일 개봉된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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