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자금 세탁' 인니 재벌에 대출.. 최근 내부 감사 본격화

김소희 기자 2021. 6. 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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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수년간 미수거래 지원한 인니 재벌
알고 보니 1조원 피해 일으킨 자금 세탁 주범

NH투자증권이 수년간 고객으로 삼았던 인도네시아 재벌이 1조원 넘는 피해를 일으킨 자금 세탁 주범으로 알려지면서 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해당 재벌의 미수거래를 지원했는데, 해당 주식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미수거래는 증거금을 내고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입하는 거래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재벌이 자금 세탁범으로 인도네시아 법원에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재산을 몰수 당하면서 개인회생절차를 거쳐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문제 인물에게 대규모 자금이 대출된 상황을 두고 최근 들어 전방위적인 내부 감사에 나섰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 현지 실사를 다녀오고 책임자들을 상대로 대면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NH코린도증권의 법인장 2명을 보직해임하고 원격 감사를 진행했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사옥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5개 증권사는 인도네시아 재벌 순위 43위였던 베니 조크로사푸트로 핸슨인터내셔널 당시 회장의 미수거래를 지원했다. 그런데 베니 전 회장이 자금 세탁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미수거래 자금을 갚지 않아 자금 회수를 못하는 상황이 됐다. 5개 증권사는 600억원대의 자금을 빌려줬는데 이 중 NH투자증권의 피해액이 51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베니 전 회장은 국내 증권사들에게 빌린 돈으로 본인이 경영권 지분을 갖고 있던 핸슨인터내셔널의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높였다. 이후 핸슨인터내셔널 주식을 담보로 개인투자자들에게 대출을 받아 도박 빚을 갚는 등 유용했다. 현지 금융감독청은 주식을 담보로 개인에게 대출을 받은 행위를 은행법 위반으로 지적했고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핸슨인터내셔널의 주가는 폭락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자카르타 부패방지 법원이 베니 전 회장에게 자금세탁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부정하게 취득한 자금도 몰수했다.

현지 검찰 수사 결과 베니 전 회장은 대출의 담보였던 핸슨인터내셔널 주식의 가치를 높이고자 국영보험사였던 지와라스야의 운용 매니저를 매수해서 핸슨인터내셔널을 운용 상품에 편입하도록 지시한 것이 드러났다. 총 피해액은 1조원 규모다. 이중 상품 가입자였던 개인 투자자 1만7000여명의 피해 규모는 2000억~3000억원대에 달한다.

NH투자증권은 무리한 대출로 회사에 손실을 일으켰다는 책임을 물어 임직원 감사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의 인도네시아 법인인 NH코린도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2019년 11월 당시 632억원이었다. 베니 전 회장에게 빌려준 돈(511억원)은 자기자본의 80%에 달한다. NH코린도증권은 베니 전 회장의 신용도만 믿고 이 자금을 빌려줬다.

NH투자증권은 지난 3월 인도네시아 현지 감사를 나갔고, 지난달부터는 책임자를 대상으로 대면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현지 법인을 상대로 원격 감사를 진행했는데, 이런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베니 전 회장을 고객으로 관리했던 현지 법인장을 보직 해임 처리한 바 있다. 이 법인장은 지난해 12월 퇴사했다. 그를 이어 법인장을 맡은 국내 파견 직원도 보직 해임된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미수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 440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핸슨인터내셔널은 자회사에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있어서 부동산이 많고, 베니 전 회장이 미수거래에 대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던 상황”이라면서 “주식발행(출자전환)과 부동산 소유권 이전이 포함된 개인회생안이 법원에서 승인됐다”고 말했다. 베니 전 회장이 갚지 못한 미수자금을 핸슨인터내셔널의 주식으로 바꾸거나 이 회사가 소유한 부동산으로 받겠다는 의미다.

한편 NH투자증권의 모회사인 NH금융지주도 최근 해외 법인의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침을 NH투자증권을 포함한 전 계열사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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