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아름다운 이탈리아 풍경, 한국인 아티스트 손끝서 탄생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에 담긴 아름다운 이탈리아 해안가 마을 풍경 곳곳은 베테랑 한국인 아티스트들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루카' 작업에는 픽사에서 근무한 지 올해로 21년 차가 된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와 10년 차인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마스터 라이터와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영화로 보면 각각 조명과 카메라 연출을 담당한다.
두 사람은 9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노을 지는 하늘과 배 위에 놓인 물건의 위치, 널려있는 빨래의 그림자 등 직접 만들어낸 장면들을 소개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루카'는 피부에 물이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하는 루카와 알베르토가 정체를 숨기고 인간 친구 줄리아를 만나 잊지 못할 최고의 여름을 보내는 이야기다.
조 마스터 라이터는 "라이터는 애니메이션의 3D 공간에 빛으로 명암을 주는 역할을 한다. 시간과 공간, 장소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자신의 업무를 소개했다.
이어 "루카와 알베르토가 높은 곳에서 인간들이 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노을이 들면서 하늘색이 변한다"며 "인터넷에서 어떻게 하늘에 노을이 드는지 연구하고, 산 위에 올라가서 노을을 많이 연구해서 만들어낸 장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디서나 똑같이 만들어지는 빛과 그림자라고 해도 이탈리아만의 정취를 살리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이탈리아 해안가 마을의 타임랩스 영상을 찾아보며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이나, 시간마다 달라지는 빛의 색을 연구했다고 전했다.
"루카와 알베르토가 줄리아를 만나는 장면을 보면 줄리아가 자전거를 타고 골목골목을 다녀요. 제가 이탈리아 여행을 갔을 때도 느낀 부분인데, 빨래가 많이 걸려있더라고요. 골목을 누비는 장면에서 빨래를 정말 정성 들여 걸었어요. 빨래 그림자가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지도록 신경을 많이 썼죠."
김 레이아웃 아티스트 역시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화면의 구조, 캐릭터의 동선 등 레이아웃을 연출하며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을 표현하는 동시에 디테일한 부분까지 들여다봤다고 했다.
그는 "작품마다 감독이 어떤 상상력 구현하고 싶은지에 따라 기술을 발전시킨다"며 "오프닝 시퀀스를 담당했는데 미스테리한 느낌이 나도록 작업을 했다. 밤에 선상 낚시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배 위에 물건들이 어떻게 배치돼야 할지 하나하나 신경 썼다. 실제 낚시가 취미라 낚싯바늘이 나와 있는 모습에 대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루카' 작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과정이 재택근무로 이뤄져 특별했다고 두 사람은 전했다.
김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클로즈업 장면은 '빅 스크린 체크업'이라고 한 달에 한두 번씩 다 같이 모여서 큰 화면을 보고 확인을 하는데 이번에는 이런 부분이 힘들었다"며 "처음에는 슈퍼바이저가 가서 체크를 하다가 중간에는 VR(가상현실) 해드셋을 쓰고 극장에서 큰 화면을 보는 것처럼 만든 장면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 마스터 라이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재택근무로 작업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지난주에 크루들만 모여 상영을 했는데, 남다른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한국인으로 오랜 시간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고충도 있다고 전했다.
조 마스터 라이터는 "많은 한국인 아티스트들이 들어왔다 나가서 보통 10∼20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언어적으로 힘든 부분은 여전히 있지만, 20년을 근무하니 직원이 아니라 가족, 친구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레이아웃 아티스트 역시 "최근에는 외국인이라고 배척하는 부분이 많이 적어졌고 기회도 많이 주려고 한다"며 "지난해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픽사에서 상영했는데, 극장 옆 계단에 서서 볼 정도로 한국 영화를 갈망하는 듯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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