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아이 美 자회사 엘리슨, 나스닥 상장 가능할까

박정수 2021. 6. 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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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슨 파마슈티컬스' 나스닥 상장 가능성은
비디아이 "엘리슨, 나스닥 상장 적극적 검토"
수년째 적자에 자본잠식..요건 미달
2023년에나 엘리슨 수익성 정상화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비디아이(148140)가 미국 자회사 엘리슨 파마슈티컬스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자회사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적자 기업에 대한 미국 증시의 낮은 문턱, 성장성에 대한 후한 밸류에이션 등이 확인됐지만 엘리슨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과 관련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회의적이다. 엘리슨이 나스닥 상장 요건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인데다 모회사인 비디아이도 적자라 후방 지원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나스닥 상장 요건에 턱없이 부족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디아이는 지난달 말 미국 엘리슨을 방문해 나스닥 상장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디아이 관계자는 “이번 방문을 통해 기존 비대면 회의에서 얻지 못한 정보와 엘리슨의 전반적인 영업과 재무 상황, 지배구조 등을 점검했다”며 “특히 국내 주주들의 관심사인 주요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 진행 상황과 나스닥 관련 상황들을 직접 확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라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 “글로벌 셀렉트 마켓, 글로벌 마켓, 캐피탈 마켓 중 어떠한 요건에 맞출지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엘리슨은 미국 항암 신약개발 전문기업으로 비디아이가 지난해 11월 신주 240만 주(37.5%)를 1200만달러(약 134억원)에 취득했다. 비디아이는 당초 엘리슨 지분 51%를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자금 조달 일정을 고려해 37.5%를 우선 인수하기로 했다. 엘리슨은 4가지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 임상 파이프라인 4종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췌장암 단일 2차 치료제 ‘Glufosfamide(글루포스파미드)’와 FDA에서 임상 2상 이상을 진행 중인 ‘ILC’(폐암 및 소아 골육종 치료제), ‘DBD’ (뇌암 치료제) 등이다.

현재 엘리슨의 재무제표를 보면 아직은 나스닥 상장 요건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우선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상장되기 위해선 4가지 기준 중에 1가지 기준은 맞춰야 한다. △최근 3년 연속 흑자 또는 3년 합산 영업이익 1100만달러 이상 △최근 회계연도 매출액 1억1000만달러 이상 △최근 회계연도 매출액 9000만달러 이상 △시가총액 1억6000만달러 이상 등이다.

나스닥 글로벌 마켓도 △최근 회계연도 100만달러 이상 이익 △자본 3000만달러 △시가총액 7500만달러 △최근 연도 총 수익이 7500만달러 이상 등의 요건이 있고, 캐피탈 마켓은 △유통주식 시총 1500만달러 △상장주식 시총 5000만달러 등의 기준이 있다.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 상장 요건(자료 나스닥 홈페이지)
엘리슨의 재무제표를 보면 올해 1분기 약 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고 자본잠식률은 95%에 달한다. 2019년까지는 완전 자본잠식의 상태였고 매출액은 12억원 수준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최근 쿠팡 사례 이후 많은 코스닥 기업들이 나스닥 상장을 밝히고 있다”며 “하지만 시가총액 10위권 내의 기업 외에는 마땅히 나스닥 상장 요건을 맞출만한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스팩을 통한 상장 외에는 바이오사의 경우 특히나 재무적인 기준을 맞출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서의 엘리슨의 나스닥 상장 현실성은 의문”이라고 전했다.

비디아이 관계자는 “임상 중인 의약품 판매가 2023년께에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해 엘리슨의 수익성은 그 이후 정상화될 것”이라며 “아직은 검토 중인 상황으로 회계법인과 법률자문은 통해 나스닥 상장요건을 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컬 오피서 영입으로 임상 탄력?

전문가들은 바이오사가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려면 차별화된 파이프라인과 현지 네트워크가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엘리슨도 최근 나스닥 상장에 필수인력인 메디컬 오피서(Medical Officer)를 채용하고 최고 의료 책임자로 패트릭 맥과이어 박사를 경영진으로 새로 영입했다.

한 바이오 상장사 임원은 “메디컬 오피서는 임상을 최종적으로 총괄하는 임상부문 사장의 개념”이라며 “임상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미국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출신이거나 다른 신약개발업체에서 식약허가(NDA) 경험이 있는 인물이 이사진으로 있을 경우, 또는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추가적인 투자가 이뤄질 경우 나스닥 상장을 수월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쿠팡의 경우 소프트뱅크가 투자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제대로 각인을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비디아이 파이프라인
이번에 엘리슨이 영입한 맥과이어 박사는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페퍼다인 대학교 MBA 과정을 거쳤다. 분자 생물학자, 심혈관 및 흉부 외과의로 활동하며 기기, 약물 및 관련 임상 시험의 수석 연구원으로 100개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고 10여 개의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맥과이어 박사는 신약개발업체에서 NDA 경험은 없는 상태다. 한 바이오 상장사 임원은 “아직 바이오 기업 중 FDA 출신 또는 NDA 경험이 있는 인물을 영입해 미국 현지 유력 기관투자가의 투자를 이끌어낸 곳은 없다”며 “현재 수준으로는 나스닥 상장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디아이 관계자는 “맥과이어 박사가 FDA 근무 경험이나 NDA 경험이 있지는 않다”면서도 “맥과이어 박사는 다양한 연구 기관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합류로 개발 중인 신약들의 임상에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미국 출장을 통해 엘리슨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관심 있는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함께 엘리슨에 대한 추가 지분투자에 대해 적극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수 (ppj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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