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에 새로운 '밈 주식'이 떴다..클로버헬스, 85.82% 폭등
미국 뉴욕 증시에 새로운 밈(meme) 주식이 등장했다. 밈 주식은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오르는 종목을 가리킨다. 올 초 공매도 세력에 맞서 게임스톱, AMC의 주식을 끌어올렸던 레딧(reddit)의 ‘월스트리트베츠’ 주식 토론 게시판 이용자들이 헬스케어 영역으로까지 투자 대상을 넓히는 모습이다.
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건강보험회사 클로버헬스의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장보다 85.82% 폭등 마감했다. 전날 32% 급등하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던 클로버헬스는 이날 장중 최고 109%의 상승률을 찍기도 했다.
이날 하루 동안 거래된 클로버헬스 주식 수는 7억2000만 주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주 금요일(4일) 거래량의 45배 수준이다. 지난달 말 주당 7.64달러에 불과하던 이 회사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22.15달러로 3배가 됐다.
클로버헬스는 지난 1월 페이스북 부사장 출신 차마트 팔리하피티야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인 지난 2월 공매도 전문기관인 힌덴부르크리서치가 회사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클로버헬스가 전면 부인한 이 보고서에는 팔리하피티야가 사업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오도했으며, 이에 미 법무부가 비공개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조사에 나섰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클로버헬스 주식을 공매도하는 헤지펀드는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금융정보업체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매도 된 클로버헬스 유통 주식은 전체의 43.5%에 달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마저 더해지면서 클로버헬스는 사실상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됐다. 클로버헬스와 같은 성장주는 미래의 기대 수익을 선반영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 경우 타격이 클 수 있다. 때문에 최근 많은 투자자들은 성장주 보다 가치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 이용자들은 그러나 일련의 사건을 쇼트 스퀴즈의 기회로 풀이했다. 일명 ‘공매도 쥐어짜기’로 불리는 쇼트 스퀴즈는 주가가 오를 때 공매도 투자자가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전보다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매수 수요가 늘면 주가는 더 오르게 된다.
실제로 이날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에는 “게임스톱 때 못 들어갔던 유인원들은 들어라, 클로버헬스가 이륙할 준비를 마쳤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유인원’은 이들이 AMC 투자자들을 일컫는 별칭이다. 미 데이터업체 퀴버퀀트에 따르면, 이날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역시 클로버헬스였다.
10일 안에 주가가 22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콜옵션 매수도 늘었다. WSJ는 “이러한 옵션을 판매하는 은행 등 시장조성자는 일반적으로 기초자산을 매수해 포지션을 헤지한다”며 “따라서 콜옵션 활동이 급증하면 은행이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해 수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게시판 이용자들은 클로버헬스가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해당 지수제공업체인 FTSE러셀은 앞서 “오는 25일까지 36개의 기업을 러셀2000지수에 새로 추가할 예정”이라며 “이 가운데 21개 기업은 헬스케어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웬디스도 이날 하루에만 주가가 26% 올랐다. 웬디스의 주가 상승은 윙스톱, 도미노스, 쉐이크쉑 등 다른 외식업체의 주가 상승도 견인하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미 경제전문매체 CNBC를 진행하는 짐 크레이머는 이날 투자자들을 향해 “애널리스트는 잊어라. 지금 웬디스 담당자는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 이용자”라며 “웬디스에 호의적인 글이 몇 개 올라오면서 웬디스의 주가가 폭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통적 가치평가 기준에 따르면 웬디스 등 밈 주식들은 과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새로운 부류의 투자자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밈 주식의 기세는 결국 바닥날테지만, 현재로서는 이제 막 시작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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