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에 새로운 '밈 주식'이 떴다..클로버헬스, 85.82% 폭등

박수현 기자 2021. 6. 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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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증시에 새로운 밈(meme) 주식이 등장했다. 밈 주식은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오르는 종목을 가리킨다. 올 초 공매도 세력에 맞서 게임스톱, AMC의 주식을 끌어올렸던 레딧(reddit)의 ‘월스트리트베츠’ 주식 토론 게시판 이용자들이 헬스케어 영역으로까지 투자 대상을 넓히는 모습이다.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건강보험회사 클로버헬스의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장보다 85.82% 폭등 마감했다. 전날 32% 급등하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던 클로버헬스는 이날 장중 최고 109%의 상승률을 찍기도 했다.

이날 하루 동안 거래된 클로버헬스 주식 수는 7억2000만 주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주 금요일(4일) 거래량의 45배 수준이다. 지난달 말 주당 7.64달러에 불과하던 이 회사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22.15달러로 3배가 됐다.

클로버헬스는 지난 1월 페이스북 부사장 출신 차마트 팔리하피티야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인 지난 2월 공매도 전문기관인 힌덴부르크리서치가 회사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클로버헬스가 전면 부인한 이 보고서에는 팔리하피티야가 사업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오도했으며, 이에 미 법무부가 비공개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조사에 나섰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클로버헬스 주식을 공매도하는 헤지펀드는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금융정보업체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매도 된 클로버헬스 유통 주식은 전체의 43.5%에 달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마저 더해지면서 클로버헬스는 사실상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됐다. 클로버헬스와 같은 성장주는 미래의 기대 수익을 선반영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 경우 타격이 클 수 있다. 때문에 최근 많은 투자자들은 성장주 보다 가치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 이용자들은 그러나 일련의 사건을 쇼트 스퀴즈의 기회로 풀이했다. 일명 ‘공매도 쥐어짜기’로 불리는 쇼트 스퀴즈는 주가가 오를 때 공매도 투자자가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전보다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매수 수요가 늘면 주가는 더 오르게 된다.

실제로 이날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에는 “게임스톱 때 못 들어갔던 유인원들은 들어라, 클로버헬스가 이륙할 준비를 마쳤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유인원’은 이들이 AMC 투자자들을 일컫는 별칭이다. 미 데이터업체 퀴버퀀트에 따르면, 이날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역시 클로버헬스였다.

10일 안에 주가가 22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콜옵션 매수도 늘었다. WSJ는 “이러한 옵션을 판매하는 은행 등 시장조성자는 일반적으로 기초자산을 매수해 포지션을 헤지한다”며 “따라서 콜옵션 활동이 급증하면 은행이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해 수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게시판 이용자들은 클로버헬스가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해당 지수제공업체인 FTSE러셀은 앞서 “오는 25일까지 36개의 기업을 러셀2000지수에 새로 추가할 예정”이라며 “이 가운데 21개 기업은 헬스케어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웬디스도 이날 하루에만 주가가 26% 올랐다. 웬디스의 주가 상승은 윙스톱, 도미노스, 쉐이크쉑 등 다른 외식업체의 주가 상승도 견인하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미 경제전문매체 CNBC를 진행하는 짐 크레이머는 이날 투자자들을 향해 “애널리스트는 잊어라. 지금 웬디스 담당자는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 이용자”라며 “웬디스에 호의적인 글이 몇 개 올라오면서 웬디스의 주가가 폭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통적 가치평가 기준에 따르면 웬디스 등 밈 주식들은 과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새로운 부류의 투자자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밈 주식의 기세는 결국 바닥날테지만, 현재로서는 이제 막 시작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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