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 "'경이로운' 때보다 살빠져 66.5kg..'비틀쥬스' 해내겠다" [인터뷰 종합]
[OSEN=박소영 기자] OCN ‘경이로운 소문’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유준상이 뮤지컬 무대로 복귀했다. 그가 선택한 건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을 앞둔 뮤지컬 ‘비틀쥬스’다. 유준상의 행보가 경이롭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의 초기 대표작인 동명의 영화(‘유령수업)’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유준상은 98억 년간 죽은 자로 지내고 있지만 가장 살아있는 캐릭터 비틀쥬스 역을 맡아 정상화, 홍나현, 장민제, 유리아, 이율, 이창용, 김용수, 신영숙, 전수미 등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8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유준상은 “27세 때 뮤지컬 ‘그리스’에서 대니 역을 맡아 새벽까지 치열하게 연습했던 때가 생각났다. 집에서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중얼중얼, 매일 아침 산에 가서도 계속 대사를 외웠다. 연습 초반 3~4주의 시간이 엄청 고통스러웠다. 스스로에게 너무 힘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는 “비틀쥬스는 사람이 아니라 유령이다. 지독한 외로움 끝에 인간세계에 나온 인물이다. 그가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분석했다. 그래서 이 대사가 나왔구나 알게 되면서 무대에서 훨씬 가벼워졌다. 흉내내는 것에 머무르지 않도록 미국인이 쓴 대본이지만 우리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열심히 분석했다”고 강조했다.
유준상은 그동안 수많은 뮤지컬 작품에 참여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쉴 새 없이 노래하고 춤추며 대사를 쏟아내는 ‘비틀쥬스’는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연습실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연습하니 죽을 맛이었을 터다.
유준상은 “20년 넘게 무대에 있었는데 이 작품처럼 벽에 부딪힌 건 처음이다. 이렇게 어려웠나 별반 다를 거 없는데 왜 힘들지 싶더라. 하지만 벽에 부딪히고 나선 다시 시작이다, 이런 마음이 생겼다. 다 내던지고 기초부터 잡게 됐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연습했다. 안무 한번 하고 나선 말도 못했다.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리고는 “20분 정도 노래하고 춤추고 대사하니까 내가 다음에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싶더라. 난 끝났구나 싶었는데 또다시 산에 가서 마음을 다스렸다. 그렇게 4주를 보내니까 꾸준히 훈련된 몸이 됐다. 어느 순간 춤을 추니 몸이 가벼워졌다. 이젠 몸이 익숙해졌다. 이 작품이 새로운 저를 시작하게 만들었다. 관객들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준상은 드라마, 영화, 예능 그리고 무대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재다능한 열정의 아이콘이다. 올해 초에는 OCN 채널의 시청률 역사를 새로이 쓴 ‘경이로운 소문’을 이끌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한국에서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비틀쥬스’의 주인공이 됐다.
유준상은 “20년이 지나면서 축적된 것들이 탁 나오게 됐다. 가 이런 걸 하려고 그런 훈련을 했구나 싶더라. 20년 넘게 해온 나이가 헛되지 않구나 그런 생각을 준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많은 울림을 줬다. 저는 무대부터 시작했으니까 무대는 평생 함께할 공간이다. 거기서 얻는 에너지를 영화와 드라마에서 펼쳐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경이로운 소문’ 때보다 운동을 안 하는데도 살이 엄청 빠졌다. 뭘 먹는데도 몸무게를 재보면 아침마다 떨어져 있더라. 3~4주 동안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었다. 런 한번 돌고나면 노란 빛을 봤다. 다행히 모든 걸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처했다. ’경이로운 소문’ 때 67kg이었는데 ‘비틀쥬스’ 연습하면서 66.5kg까지 찍었다”고 덧붙였다.
‘비틀쥬스’는 저 세상 캐릭터 비틀쥬스를 중심으로, 단 1초도 지루할 틈 없는 볼거리를 예고하고 있다. 팀 버튼의 영화를 무대에 옮긴 거라 시시각각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화하는 화려한 무대 세트, 추락이나 공중부양 등 마술 같은 연출 기법과 거대한 퍼펫,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흥미로운 군무가 관전 포인트다.
유준상은 “제 뮤지컬 인생에서 제일 신선한 작품이다. 아직 저도 완성된 무대를 아직 못 봤지만 ‘이런 무대를 우와 어떻게 만들었지?’ 싶을 정도다. 음향 하나 동작 하나 모두 큐에 맞춰 있다. 순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톱니바퀴처럼 철저하게 돌아가는 작품이라 더 어려웠지만 무대에 서 있는 배우로서 너무 신나고 너무 설렌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그는 “‘비틀쥬스’가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심각하진 않다. ‘인간의 세상이 생각만큼 좋은 건 아니네, 하지만 살아볼 가치가 있네’ 툭 던지고 가는 말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 것 같다”며 “근래에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주는 공연이 있을까 싶다. 남녀노소 누구나 큰 활력소를 얻고 가지 않을까 싶다. 기가막힌 작품이다. 해내겠다. 무대에서 어떻게든 해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유준상이 영혼을 갈아넣어 만든 ‘비틀쥬스’는 18일부터 8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comet568@osen.co.kr
[사진] CJ ENM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