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봉준호에 열광한 디즈니·픽사"..'루카' 조성연X김성영이 밝힌 韓영화 변화와 자부심

조지영 2021. 6. 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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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디즈니·픽사에서 활약 중인 베테랑 한국인 스태프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와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두 사람의 손끝에서 또 하나의 역대급 명작이 탄생했다.

디즈니·픽사의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루카'(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에서 3D 공간에 빛을 넣어 시간과 장소, 분위기 등을 연출한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와 배경 세트를 영상에 구현한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가 9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가진 화상 인터뷰를 통해 '루카'에 대한 제작 과정과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루카'는 아름다운 이탈리아 해변 마을에서 두 친구가 바다 괴물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아슬아슬한 모험과 함께 잊지 못할 최고의 여름을 보내는 감성 충만 힐링 어드벤처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1월 개봉해 누적 관객수 20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작 흥행 2위를 기록한 '소울'(피트 닥터 감독)에 이어 관객을 찾은 올해 두 번째 디즈니·픽사의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중이다.

특히 '루카'는 총지휘를 맡은 이탈리아 출신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 외에도 디즈니·픽사 내 한국인 스태프인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와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의 참여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픽사 최초' 조명 라이터로 명성을 얻은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는 '몬스터 주식회사'부터 '인사이드 아웃' '소울' 등 10편 이상의 디즈니 픽사의 대표 애니메이션에 참여했고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역시 '몬스터 대학교'를 시작으로 '도리를 찾아서' '코코' 등 디즈니·픽사에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활약 중인 대표 한국 아티스트다.

'루카'는 일본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세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특유의 서정적인 표현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또 물만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하는 비밀을 간직한 채 인간 세상에 살아가는 주인공 루카는 디즈니?픽사 사상 처음 도전하는 캐릭터로 기존의 작품과 확연히 다른 결을 보인다. 바다 괴물이 가진 섬세한 디테일의 겉모습과 인간과 바다 괴물을 오가는 소년의 내면까지 완벽하게 표현해야 했던 '루카'. 이런 '루카'에 어울리는 효과를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와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의 아이디어와 섬세한 작업으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조성언 마스터 라이터는 "마스터 라이터는 2D, 3D 공간 안에서 빛으로 명암을 주는 일을 하는 부서다. 영화에서 조명을 담당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빛으로 시간과 공간, 장소를 연출한다"며 자신의 역할을 소개했다. 이어 "이번 작품에서 이탈리아 바닷가 마을을 구현해야 했다. 인터넷에서 이탈리아 해의 움직임이 담긴 타임랩스를 많이 봤다. 시간에 따라 해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런 식으로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 연구한다. 미국에 살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을 통해 멕시코, 중국 등 다양한 배경을 구현한다. 그래서 특별히 이방인으로 작품을 표현하기에 어려움은 없다. 실제로 디즈니·픽사 내부에 각 나라의 문화를 깊이 아는 분이 있어서 아티스트들에게 전달해준다. 우리가 그 나라의 문화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또한 "우리 팀은 영화로 따지면 촬영팀과 유사하다. 카메라 연출을 하는 팀이 레이아웃 팀이다"고 밝혔다. 더불어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그런 달라진 배경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상황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 이방인으로 환경상 내 자신을 그대로 내보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디즈니·픽사 안에서는 그런 내 자신을 얼마나 드러내고 환경에 맞게 유연하게 바뀌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로카'도 주인공들이 낯선 환경으로 와 적응하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공감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픽사 안에서 한국인 아티스트로 겪는 고충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는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고충은 언어다. 오래 살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살지 않아 문화를 100%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디즈니·픽사는 외국인 사원이 많아 서로 문화를 이해하려는 분위기다. 여러 문화를 가진 직원이 많아서 다른 나라 문화를 배울 수 있다. 20년 가까이 일하다 보니 직원이라는 것보다 가족 같은,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다"고 애정을 전했다.

이어 "회사에 직원을 위한 셰프가 있다. 그 셰프는 한국인 어머니를 둔 분이다. 그 분이 김치찌개, 물회 등 특이한 한국 음식을 해준다. 요즘 한국 문화가 전 세계에 많이 퍼져서 친구들이 김치 만드는 법, 된장 만드는 법 등을 물어본다. 그때마다 한국인으로 자부심을 많이 느낀다"고 전했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도 "디즈니·픽사에서 오래 일했지만 오래 일한 것 같은 기분이 안 든다. 외국인이라고 배척하는 느낌도 많이 줄었다. 여러 기회를 주려고 하고 있고 내부에서 리더 포지션을 많이 주려고 한다"며 "지난해 봉준호 감독을 디즈니·픽사에 초청했는데 그때 직원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다. 봉준호 감독을 보기 위해 회의실은 물론 회사 계단까지 앉아 볼 정도였다. 해외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를 갈망하듯이 보는 상황이 됐는데 그런 부분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라진 작업 환경에 대해서도 밝혔다. 조성언 마스터 라이터는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작업 중이다. 팀원들과 채팅 프로그램 및 전화로 회의를 하고 있다. 미팅이나 리뷰는 스트리밍을 통해 하고 있다"며 "사실 작업을 이어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조화롭게 대면하지 못하지만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작업하고 있다. '루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한 작품이다. 덕분에 가족과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일을 진행한 프로젝트다. 그런 부분이 한편으로는 만족스러웠다. 가족들과 하루 세끼를 먹으면서 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던 부분이 좋았다"고 웃었다.

반면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재택으로 인해 두가지 문제점이 있다. 집마다 인터넷이 끊기는 경우가 있어 불편함을 겪었다. 또 우리 파트는 클로즈업 샷을 확인할 때 큰 화면이 필요하다. 집에서 작업하기에 물리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팀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클립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환경에서 만든 '루카'에 "이번 작품은 그동안 이탈리아 문화를 배울 일이 없었는데 작품으로 그 나라의 문화를 많이 배워 성취감을 느꼈다. 또 처음으로 완전 재택으로 끝난 작품이다. '소울'의 경우 마지막 한 두 장면을 재택으로 작업했는데 '루카'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택으로 작업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미국내 백신 보급이 늘어났고 코로나19 상황도 잦아든 느낌이라 팀원들이 가끔 만나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카'는 제이콥 트렘블레이, 잭 딜런 그레이저, 엠마 버만 등이 목소리 연기에 나섰고 '굿 다이노' 각본을 쓴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연출작이다. 오는 1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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