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부동산상담記 펴낸 은행원 "평범한 이웃 얘기로 '내집 마련' 희망 주고 싶다"

박소정 기자 2021. 6.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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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살까요? 팔까요?' 저자 KB국민은행 전인수 부장 인터뷰

내 집 마련은 일생일대의 숙제다. 입지, 매입 시기, 매매가, 금융 상환 계획 등 따져볼 것이 너무나도 많고, 이런 선택들에 평생을 후회하기도, 안도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계약 전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확신을 얻고자 한다. 은행원과 기자들 사이에서 전인수(48) KB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장은 ‘그럴 때’ 찾는 사람으로 입소문 나 있다.

전 부장은 2006년 은행 창구에서 고객으로 만난 한 부동산학과 교수의 권유로 덜컥 대학원에 입학했다. 이론 위주의 배움이 계속된 석사 학위를 마쳤을 땐 실무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주말 휴일을 반납하면서, 상담을 요청해 온 동료나 주변인과 함께 임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기록했다. 2013년엔 부동산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깜지’ 같은 상담노트는 계속해서 쌓여갔다.

'집 살까요? 팔까요?'의 저자 전인수 KB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장. /KB국민은행 제공

전 부장은 이달 초 상담노트에 담긴 에피소드들을 추려 ‘집 살까요? 팔까요?’란 제목의 책을 펴냈다. 이 책에 ‘은마아파트·타워팰리스·압구정 현대’ 같은 거창한 아파트 입성 성공기는 없다. 그는 “보통의 직장인들, 자영업자 같은 우리들의 얘기를 들려줌으로써 조금이라도 나은 선택을 하도록 알려주고 싶었고, 내 집 마련의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너무 과도한 대출은 독이 될 수 있겠지만 감당할 수 있는 부채는 자산이다.

부동산 전문가이기 이전에 금융인인 전 부장은 ‘분수에 맞는 집’을 구할 것을 강조했다. 전 부장은 “창구에서 대출 상담을 하던 시절에도 고객의 채무 상환 능력, 건전성 같은 것을 다 살펴봤지만, 너무 과하다고 생각될 때는 ‘정말 괜찮으실까요?’라고 되묻는 버릇이 있었다”며 “컨설팅을 할 때도 기본적으로 은행원의 마인드가 바탕이 됐다”고 했다. 그는 “절대 무리해선 안 된다”며 “행복하기 위해 집을 찾는 건데, 그게 불행의 씨앗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지만, 끝없는 상승만을 바라보고 무리한 ‘영끌’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전 부장은 말했다. 그는 “주택 가격 하락에 매도는 안 되고 금리는 상승했던 삼중고로 ‘하우스푸어’를 양산했던 것이 불과 10년도 안 된 일인데, 우리는 그걸 까맣게 잊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에도, 10년 전에도 그랬듯 조정기는 반드시 찾아 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락기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의 투자를 해야 한다. 한번만 더 객관화시켜서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 판단이 맞는 거라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 부장은 거주 목적으로 주택 구매를 고민한다면 구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조언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했다. 또 현재 ‘대체재’가 없다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팔지 말라고 권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깐깐한 ‘발품 팔이’는 필수다. 현장에서 이 부동산이 가치가 있는지, 입지가 좋은지 등은 직접 눈으로 보고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부장은 사회 초년생 시절, 반지하 전세에서 시작해 다세대 주택 1층, 17평 짜리 아파트 전세, 24평짜리 아파트 매매 그리고 다시 다세대주택 반지하 월세에서 34평 신규 분양 아파트 등으로 총 12번 이사를 했다. 집의 가치를 계단처럼 그릴 수 있다면,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간 셈이다. 전 부장은 “그 과정에서도 많은 여러 유혹들이 있었지만 당시 나의 자금 계획에 맞게 하나씩 올라갔다”고 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면 견딜 수 있을 텐데, 그러한 희망마저 가질 수 없을 만큼 주택 가격이 상승했고 안정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2030세대에게 “예전처럼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나가는 것이 무너진 세상이긴 하지만, 주제 넘게 다독이고 싶다”며 운을 뗐다. 전 부장은 “돈을 벌기 시작한 뒤 첫 집을 마련하기 위해 햇빛도 들지 않는 반지하 집을 보러 갔을 때 끝도 없는 계단으로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퇴근 후엔 그 집에서 펑펑 울었던 적도 있다”며 “함부로 비교할 순 없겠지만 과거에도 똑같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자금 대출 상환하며 보증금을 모으고 그 돈으로 더 나은 집을 구하고, 이렇게 조금씩 상승해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전히 믿는다”며 “나중에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준비해가는 게 맞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라고 조심스레 이야기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 마지막 장인 ‘그 남자, 마흔 아홉 집짓기에 도전하다’는 전 부장 자신의 이야기다. 그는 “첫째는 부동산 컨설팅의 완성이 신축까지 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죽기 전의 꿈이기 때문”이라고 집짓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올 가을 완공을 앞두고 집의 이름을 뭐라고 지을지 고민하는 행복이 있다고 했다. 전 부장은 “집은 소유가 아닌 거주를 위한 ‘집’이었으면 한다”며 “이웃들이 부동산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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