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크래신스키 감독 "'콰이어트 플레이스2' 공동체·신뢰에 대한 영화"[인터뷰]
북미 극장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실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의 공격으로 일상이 사라진 세상, 소리를 내면 죽는 극한 상황 속 살아남기 위해 집 밖을 나선 가족이 더 큰 위기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소리 내면 죽는다’라는 독특하고 기발한 설정의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를 통해 기획, 각본, 감독, 연기까지 1인 4역에 도전, 눈부신 재능을 발휘하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존 크래신스키의 인터뷰 전문이 공개됐다. 인터뷰 진행은 통역사 샤론 최가 맡았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존 크래신스키의 인터뷰 전문
Q1. 전편 이후 3년 만에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선보인다. 1편을 제작할 때부터 2편 계획이 있었는지?
오히려 그 반대였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내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견해가 담긴,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된 영화였다. 그래서 처음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바로 거절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2편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바로 밀리센트 시몬스가 연기한 캐릭터 ‘레건’의 성장에 대한 내용이었다. 1편이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하겠다는 부모의 약속을 담아냈다면, 2편은 (아빠 ‘리’의 죽음으로 인해) 그 약속이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직접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레건’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 같았다.
Q2. 전편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점은 영화의 규모다. 제작 규모가 커진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콘셉트와 아이디어가 더 커졌다. 2편에서 ‘애보트’ 가족은 안전한 농장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데 이것 자체가 일종의 ‘성장’을 의미한다. 실제 두 아이의 아빠로서 가장 두려운 것은 아이들을 세상에 내보내는 것인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누군가를 만나거나 믿어야 한다는 건 굉장히 두려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공동체와 신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Q3.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1편의 몇 년 후가 아니라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이유는?
시나리오를 쓸 때 항상 관객 입장에서 생각한다. 1편에서 ‘애보트’ 가족과 관객들 간의 친밀한 정서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2편에서도 이를 유지하고 싶었다. 만약 주인공의 과거 회상이나 공황발작 같은 악몽으로 2편이 시작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맨 처음 떠올랐다. 연출을 맡기로 하면서 실행에 옮겼고 과한 욕심은 아닐까 고민도 들었지만 정작 촬영을 하고 보니 자연스럽게 느껴졌고 맞는 방향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까지 ‘애보트’ 가족과 함께 했으니 떠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4. 전편에 비해 로케이션이 다양하다. 1편은 옛 서부영화 느낌이 났는데, 2편의 공간들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면?
제대로 봤다. 원래 서부영화를 좋아하는데, 서부영화 특유의 낭만과 아이디어들이 현대적인 환경과 캐릭터 사이에 펼쳐지는 것이 1편의 콘셉트였다면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서부영화 속 광활한 대지에서 생존해가는 사람들처럼 주인공 가족이 안전한 농장을 떠나 고난을 겪게 되는 예측 불가능한 느낌을 더해주고 싶었다. 모든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것 같다. 새로운 은신처를 찾아 떠난 ‘애보트’ 가족은 제강공장으로 가게 되는데 실제로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제강공장에서 일하셨고 두 분이 들려준 이야기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할아버지는 제강공장에서 일하면서 동시에(일하시던 시기에) 술집과 TV 정비소를 운영하셨는데 그 공간들이 모두 2편에 등장한다. 또한 스토리 전개상 해변으로 가야 했기에 이와 관련된 장소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Q5.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를 통해 아내 에밀리 블런트와 처음으로 감독과 배우로 작업했다. 함께한 소감은?
에밀리 블런트는 아내로서, 배우로서 여러모로 영화 제작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녀는 똑똑하고 책임감 있고 헌신적인 배우이다. 1편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에밀리 블런트는 촬영장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촬영이 없어도 종종 촬영장에 나오곤 했는데 그게 정말 큰 힘이 됐다. 다른 배우들과 스탭들 역시 그녀의 에너지와 리더십에 많은 기운을 얻었고 덕분에 다들 긍정적인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Q6. 에밀리 블런트가 1편에 이어 2편에도 출연하게 된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다. 어떤 이유였는지?
다른 촬영 때문에 아내와 함께 하와이에 있을 때였는데, 그때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2편을 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내가 기뻐하면서 자신이 출연하지는 않겠지만 어떤 영화인지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브리핑을 하자마자 곧장 자기도 출연하겠다면서 분량 좀 많이 챙겨 달라고 하더라. 에밀리는 2편에 대한 내 아이디어를 무척 좋아했고, 우리 둘 다 전편과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시리즈 영화의 경우, 히어로와 빌런이 싸우고 갈등하는 구조가 많은데 우리 영화는 등장인물 모두 같은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누구든 히어로 또는 빌런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 점이 참 재미있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Q7. 전편에 이어 아역배우 밀리센트 시몬스, 노아 주프와 함께한 소감은?
흔히들 촬영 시간이 오래 걸리고 원하는 연기를 얻기 어렵다는 이유로 아역배우와 일하는 건 힘들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두 아역배우는 내 인생 최고의 배우다. 너무 착하고, 프로다운 태도로 촬영에 임했고, 나보다 훨씬 더 연기를 더 잘해서 가끔 절망스러울 정도였다. 두 배우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들의 부모님들 또한 인품이 무척 훌륭했고 우리 영화에 무한한 지지를 보내주셨다.
Q8. 킬리언 머피와의 첫 작품이다.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예전부터 킬리언 머피의 팬이고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이다. 그와 함께 작업할 수 있다면 그게 언제든, 출연료가 얼마든 전혀 상관없었다. 캐스팅 제안을 하고 그가 승낙하길 바라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출연하겠다는 답장이 이메일로 왔다. 킬리언 머피는 캐스팅 제안이 믿기지 않는다며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너무 좋은 영화이고 가족들도 재미있게 봤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에게 이메일을 쓸 뻔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안 쓰길 잘했다. 어필하는 것 같아서 다른 배우를 캐스팅했을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뉴욕에서 킬리언 머피가 출연한 연극을 본 적이 있는데 연기력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그야말로 못하는 연기가 없고, 배우와 동료에게 바라는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다. 그런 배우가 함께해 준다니 정말 감사했다. 촬영 일주일째 되던 날 아내인 에밀리 블런트가 그에게 지금까지 함께 일한 배우 중 최고라고 말했다. 킬리언 머피는 굉장히 부끄러워했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그는 우리가 함께 일한 최고의 배우였다.
Q9.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작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1, 2편을 통틀어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 ‘레건’ 역을 맡은 밀리센트 시몬스는 실제로 청각 장애가 있다. 한번은 밀리센트의 어머니께 그녀가 어느 정도 들리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어머니는 “마치 자궁안에 있는 것처럼 작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가 북을 치거나 뒤쪽에서 차량이 충돌하면 그 진동이 느껴지는 식이다. 소리를 차단하는 보호막에 늘 감싸져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고 그 답변이 머릿속에 확 와닿았다. 그래서 사운드팀에 이를 100% 반영한 사운드 디자인을 요청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영화를 보시고 밀리센트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딸이 느끼는 소리를 본인도 경험했다며 고맙다고 펑펑 눈물을 쏟으셨다. 무척 감동적이었고 나 역시 눈물이 났다. 나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었던,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순간이다.
Q10.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는다면?
오프닝신이 가장 영화적이고 또 감독으로서 욕심을 많이 낸 장면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을 참고했는데 극중 ‘에블린’(에밀리 블런트)이 운전하는 차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원신 원컷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아이들을 태운 차 앞으로 버스가 돌진하고 차 보닛 위로 괴생명체가 달려드는 상황에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에블린’이 슈퍼우먼처럼 운전을 하는 장면이다. 맞은편에서 버스가 시속 64km로 달려오고 있는 실제 상황 속에 내 아내가 있었다. 아내에게 이런 무서운 상황을 겪게 하다니 앞으로의 결혼생활이 걱정되기도 했다. 다행히 차 지붕 위에 올라타 실제 차량을 조종하는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스턴트가 있어 촬영이 가능했다. 한 테이크 만에 촬영이 끝났는데, 그 누구도 이 장면을 한 번에 찍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정말 기분이 좋았다. ‘컷’을 외치자마자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쏟아져 나와 환호했다. 고등학교 시절 연극을 만들 때와 같은 특별한 감정을 느껴서인지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Q11.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개봉을 기다린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다가갔으면 좋겠는지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개봉하게 되어 무척 감격스럽다. 한국 관객들이 영화를 빨리 봤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기다려 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사실 나는 평소 무서워서 공포영화를 잘 못 본다. 이 말은 즉,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공포영화로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족 드라마다. 가족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무섭고 긴장감 넘치는 이유는 아마 관객들 중 그 누구도 감정이입한 극중 인물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길 원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지난 1년 반 동안 겪어온 것들을 봤을 때 영화와 삶은 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난 희망의 빛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이 세상에 아이들보다 더 큰 희망은 없다고 생각한다. 극중 ‘레건’과 ‘마커스’는 이야기를 이끌어갈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위대함을 이해하는 두 어른이 등장한다.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좋을 것 같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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