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 한 인권나래센터..은폐·방조 최정점엔 공군 법무실

피해자국선변호사도 인권나래센터 피해구제팀 소속
지난 1월 개소했지만 무역할..법무실은 늑장대응

8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모 공군 중사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2021.6.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공군은 지난 1월 5일 인권상담의 접근성을 강화하겠다며 법무실 내 인권나래센터를 신설했다. 개소식에는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을 비롯 다수의 지휘계통이 모두 참석, 장병들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겠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으며 기존 인력도 늘렸다.

법무관과 법무부사관, 인권상담 군무원 등 전문 인력을 기존 8명에서 13명으로 보강했고 전문상담인력으로 상담사(6급)도 새로 채용했다.

그러나 이번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의 사건에서 인권나래센터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권전담기구 역할은 고사하고 사건 처리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는 뒷전이고 부대 내 조직적 은폐를 사실상 방조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실제로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 등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정비하기로 한 인권나래센터 업무 매뉴얼은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으로부터 피해자인 이모 중사를 제대로 조력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피해자국선변호사도 인권나래센터 인권침해구제팀 소속이었다.

실제로 피해자국선변호사는 지난 3월 9일 선임된 이후 이후 피해자를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으며, 고소장을 비롯해 고소인 진술조서 등 기본적인 자료조차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은폐 및 방조, 부실수사 정점에는 인권나래센터가 속해있는 공군본부 법무실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군 법무실에서 피해자의 신상 정보가 유출됐으며, 피해자에 대해 외모를 평가하는 등 2차 가해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 공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공군참모총장의 지시로 가해자와 2차 가해에 대한 신속 수사도 내려졌지만 공군 검찰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겨우 가해자인 장모 중사를 처음으로 조사했고 구속영장도 청구하지 않았다. 장 중사는 사건 직후 협박과 회유 등 끊임없이 증거 인멸을 시도했었기 때문에 구속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국 장 중사는 지난 1일 사건을 넘겨받은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서 구속됐다.

결과적으로 공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권 대책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주도의 인권 대책으로는 아무런 실효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민간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규백 의원은 "이제 남은 것은 엄중한 조사뿐"이라며 "군의 인권 체계를 무력화하고 임무를 해태한 부적격자들에 대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전원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anghw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