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소부장'도 K택소노미 포함, 문턱 확 낮췄다

황국상 기자 2021. 6. 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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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K택소노미 2차 의견수렴 간담회, 조만간 각계 의견 수렴해 최종안 결정.. 당분간 K택소노미+기존 녹색채권 기준 병행 전망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기존 산업의 '녹색 전환'이나 친환경 산업의 제품·용역 생산에 소요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만드는 산업도 'K택소노미'(K-Taxonomy, 한국형 녹색산업 분류체계)에 포함될 전망이다.

친환경 자동차의 리스(대여)나 신차 구매시 제공되는 금융 서비스 등도 K택소노미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초안에 비해 산업·금융계 의견이 대폭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원자력 발전이 녹색산업에 포함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9일 환경부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일 서울 동자동 KDB생명타워에서 제2차 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난 4월30일 환경부가 만든 K택소노미 초안의 개정안이 공개됐다.

K택소노미 제정은 지난해 10월 하순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선언' 이후 범 부처 차원에서 진행되는 녹색경제 인프라 강화활동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K택소노미는 일단 녹색채권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쓰일 예정이다.

◇녹색산업 인정 문턱 대폭 낮췄다
환경부가 K택소노미 주무부처이지만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도 의견을 낼 수 있다. 지난 4월30일 환경부가 만든 초안에 대해 최근 1개월여 기간 금융위, 산자부 산하 협회를 통한 의견수렴이 진행된 바 있다. 기존 환경부가 만든 초안은 10개 부문 87개 경제활동을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이들 경제활동에 사용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만을 녹색채권으로 인정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4월30일의 K택소노미 초안은 △임업(5개) △농어업(6개) △제조업(9개) △에너지(27개) △환경(17개) △수송 및 물류(12개) △정보통신(3개) △건축물(4개) △자연생태 보호 및 보전(2개) △전문적 활동 및 과학기술 개발 등(2개) 등 10개 분야의 87개 경제활동을 '녹색 경제활동'으로 꼽았다.

이후 금융위, 산자부 등이 관할 업계(금융계, 산업계) 의견을 모아 환경부에 전달했고 이 의견을 수렴한 결과가 이날 발표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에너지(13개) △제조(6개) △도시건물(5개) △운송(7개) △자원순환(5개) △배출 이산화탄소의 포집(6개) △생물다양성 보전 및 농업(2개) △기후변화 적응(8개) 등 8개 부문 51개 활동을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녹색 인정요건 포괄적 기술, 더 많은 활동 포함 가능
풍력발전, 이미지투데이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의 수는 87개에서 51개로 줄었지만 개개 규정요건을 포괄적으로 구성해 실제로는 더욱 많은 경제활동이 녹색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게 환경부 측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기존 초안은 태양광·태양열·풍력·조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이라고 하더라도 1㎾h(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100그램 이하여야 한다고 규정했었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같은 배출가스 기준을 없애고 재생에너지 산업을 녹색활동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녹색 소·부·장'도 이번 개정안에서 새로이 녹색활동으로 인정되도록 바뀌었다. 과거 일본 무역분쟁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반도체 등 핵심산업 소부장 산업의 육성 로드맵을 내놨듯 녹색 소부장 산업에도 녹색자금의 물꼬가 향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개정안이 확정되면 친환경 자동차나 선박, 재생에너지 발전, 그린수소 등 산업에 쓰이는 소재·부품·장비를 생산하는 활동도 녹색활동으로 인정돼 녹색채권으로 조달된 자금이 투여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를 대량 구매해서 리스(대여)를 제공하는 활동이나 소비자들이 친환경차를 구매할 때 활용하는 할부금융 서비스도 녹색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철강생산 활동을 녹색산업으로 인정하기 위한 기준도 종전 대비 대폭 완화됐다. 이같은 사항들은 5월 중 진행된 의견수렴을 반영해 새로 추가된 부분들이다.

◇원전은 이번에도 미포함, 일반수소 및 가스발전도 제외

다만 원자력 발전은 산업계 건의가 거셌음에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K택소노미가 상당 부분 준용한 EU(유럽연합) 버전에서도 원자력 발전업을 녹색활동으로 인정할지 여부를 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전력생산 과정 뿐 아니라 발전소 폐기 이후 폐기물 처리까지 전 과정에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원자력 발전을 녹색활동으로 인정하는 게 타당한지에 논란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린수소(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된 수소)가 아닌 일반수소와 관련한 활동도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해달라는 산업계 요구는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존 화석연료를 활용한 방식의 수소생산 과정에서 과도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이유로 그린수소가 아닌 일반수소 등을 활용한 연료전지 등 소위 '신에너지'(≠재생에너지)도 녹색활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석탄·석유발전이 아닌 천연가스 발전을 통한 전력생산도 녹색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바이오가스와 기존 천연가스를 섞은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g/㎾h(킬로와트시) 이하일 때는 녹색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전경
◇"지키기 어려운 기준" 업계 불만… 당분간 기존 기준과 혼용 전망

이번 개정안이 산업계·금융계 불만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준수하기 어려운 기준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채권만 볼 때 올해 중 신규 발행된 녹색채권의 규모는 7조7490억원으로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발행액(2조7300억원)의 3배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그러나 K택소노미를 적용했을 때 녹색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는 규모는 채 절반이 안되는 46%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조달된 자금을 녹색경제활동에 써야만 녹색채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발행된 녹색채권의 절반 이상이 녹색활동으로 보기 어려운 활동에 쓰였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K택소노미를 그대로 적용할 때 녹색산업과 녹색금융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녹색금융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초기 육성 단계에 과도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산업·금융계가 이를 지키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반면 녹색채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녹색채권이 절반 이상이라는 점은 K택소노미가 과도하게 엄격하기보다는 기존 발행사들이 너무 느슨한 기준으로 '녹색' 타이틀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른바 '그린 워싱'(Green Washing)에 대한 지적이다.

실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그린' 이슈만 붙으면 회사채 시장에서의 투자자 입찰 경쟁률이 확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곤 한다. ESG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부터 눈에 띈 모습이다. 아직 녹색채권의 사전 인증이나 사후 검증에 대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을 틈타 그린워싱을 자행할 유인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편 환경부는 K택소노미 발표 후 곧바로 시범사업을 실시해 K택소노미의 국내 정착 가능성을 타진해본다는 방침이다. 발행사와 주관사(금융사), 평가·인증기관과 환경부가 공동으로 채권 발행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자금조달, 사후 검증까지 직접 시행해본다는 것이다. 앞서 택소노미를 제정한 EU도 금융권과 공동으로 각종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바 있다.

다만 K택소노미가 이달 중 발표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이것이 유일한 녹색채권 판별기준으로 쓰이지는 못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중 K택소노미 초안이 나온다더라도 시범사업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이 계속 보완돼야 할 것"이라며 "당분간 기존 녹색채권 판별기준도 (K택소노미와 함께) 병행해서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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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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