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사그라든 '여성징병제'..여군 실태 너무 몰랐다

김정근 기자 2021. 6. 9. 0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성추행 피해' 여군 부사관 사망 사건이 불거지며 한동안 들끓었던 '여성징병제' 논란이 일순간 사라진 모습이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여성징병 논의가 나오며 정작 육군사관학교에 여성 비율이 10%로 제한돼 있다거나, 여성 부사관 고용률이 낮게 책정돼 있단 점은 부각되지 않았다"며 "(여성징병 논의가) 보복식 징병 요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여군의 실태를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후 확 달라진 여론
"보복식 징병 요구 아닌 여군 실태 점검 계기돼야"
지난 4월1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최근 '성추행 피해' 여군 부사관 사망 사건이 불거지며 한동안 들끓었던 '여성징병제' 논란이 일순간 사라진 모습이다. 군이 남성 중심의 문화를 탈피하지 못한다면, 여성징병은 애초에 실현될 수 없다는 여론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여성징병제 논의는 지난 4월 대선 출마를 앞둔 정치인들로부터 촉발됐다. 여기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여성징병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호응을 받으며 논의가 확산됐다.

지난달 19일 마감된 해당 청원엔 총 29만3140명이 동의했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의 답변에 필요한 20만 명을 훌쩍 넘긴 수치다.

이와 더불어 여성 의무복무를 주장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 글도 지난달 14일 10만 명 동의 조건을 채웠다. 이에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방위원회에 공식 회부가 예정됐다.

하지만 최근 공군에서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던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며 유의미한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조직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 여성징병제 논의가 여군의 실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불공정' 해소만을 이유로 악용됐단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이남자(20대 남자)' 표심 잡기에 나선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적 공약이었단 비난도 일고 있다.

다만 일각선 해묵은 논쟁인 여성징병제를 이번에도 해소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젠더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2021.6.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전문가들은 정부가 여성징병 논란에 대한 대답을 미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군 조직이 여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변명 대신 여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군 조직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다.

또 군이 여성 친화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여군의 숫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성범죄 예방은 물론 향후 모병제 도입도 수월해질거란 주장도 제기된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여성징병 논의가 나오며 정작 육군사관학교에 여성 비율이 10%로 제한돼 있다거나, 여성 부사관 고용률이 낮게 책정돼 있단 점은 부각되지 않았다"며 "(여성징병 논의가) 보복식 징병 요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여군의 실태를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 팀장은 또 군내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면 성범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군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남성에 치우쳐있어 (현재) 여군들은 스스로의 여성성을 삭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양성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군 조직 문화가 우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남성 간부와 여성 간부가 느끼는 인권침해 요소엔 차이가 있다. 남성 간부의 경우 부당한 대우로 '사적인 명령(16.8%)'과 '언어폭력(13.5%)' 등을 꼽았지만, 여성 간부는 '차별(26.4%)'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다른 한편에선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짚고 넘어가야 여성징병이 더 이상 갈등으로 소비되지 않을 수 있단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1999년 '군 가산점' 제도를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위헌 판결을 내린 만큼, 20년도 지난 판결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월급 인상과 학업 병행 등을 논의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carrot@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