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방파제, 코로나19 때도 의미"

신다은 2021. 6. 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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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유선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유선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소득주도 성장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지난달부터 본격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첫해 2018년도 최저임금을 16.4%(시간당 7530원) 올리면서 “급격히 올려 고용부진을 야기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유행한 코로나19에 의해 자영업자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졌고,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한겨레>는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사무실에서 김유선 소주성특위 위원장을 만나 최저임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첫해에 16.4% 올린 거 가지고 주로 비판을 하는데, 과거보다 크게 오른 건 사실이지만 대통령 선거 공약 그대로 한 거예요. 대선 때 유승민, 심상정, 문재인 세분 모두 공약한 것이고, 1만원까지 가야 한다는 건 광범위한 합의였어요.”

김 위원장은 이 말부터 꺼냈다.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020년까지 최저시급 1만원을 공약했다. “2017년도 최저임금이 6470원이었는데, (2020년까지) 1만원으로 가려면 3년 동안 16.4%씩 올려야 한다고 딱 나와요. 그 당시로는 느닷없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는 최근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이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해 일자리가 줄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언론에서는 고용 참사라는데, 취업자가 2018년 10만명, 2019년 30만명 늘었고, 고용률로 보면 2019년은 역대 최고예요. 국내 여러 학자들의 연구도 고용과의 상관관계가 일정하게 나오지 않았는데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김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선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현재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자영업자의 어려움인데, 지난해 코로나19로 일자리를 대거 잃은 임시·일용직도 그에 못잖게 어렵습니다. 이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어요.”

통계청의 ‘2020년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상용직은 30만5천명 늘었지만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31만3천명과 10만1천명 줄었다. 임시·일용직의 월평균 임금 총액은 지난 4월 기준 169만4천원으로, 최저임금을 월 기본급으로 환산한 금액 182만2480원에도 못 미친다. 김 위원장은 “올해 전체적으로 취업자 수가 코로나19 영향을 벗어나면서 증가세를 보이지만 그렇다 해도 임시·일용직이 지난해 잃은 소득분을 다 회복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악화한 소득분배를 개선할 수 있는 수단 가운데 하나다. 그는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2018년과 2019년 소득 5분위 배율 지표와 지니계수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은 최근 미국, 독일 등 주요국들이 소득 재분배 수단으로 최저임금제를 활용하는 현상과도 궤를 같이한다. 김 위원장은 “한국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불평등을 해소할 정책 수단으로 최저임금에 주목했다”며 “지난 30년 동안 매년 최저임금을 올렸는데 인상 폭이 작을 때는 소득분배 효과가 거의 없었고 클 때는 임금 격차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 전반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집계한 시급제 노동자 215만명 가운데 법정 최저임금을 받은 사람은 절반에 가까운 96만명(44.8%)이다. 김 위원장은 “단순히 청년 노동자뿐만이 아니라 청소나 경비업에 종사하는 노인 노동자, 판매직과 단순노무직 등에 종사하는 3040 경력단절 여성에게 최저임금이 상당히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되레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주 사이에서 ‘을 대 을’의 싸움으로 이어져 저임금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아닐까. 김 위원장은 “사업주들도 인건비가 느는 만큼 상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일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처한다는 사실이 영미권 학자들의 연구 결과로 나타났다. 특히 사람을 뽑기 힘든 영세업체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노동자 이직이 줄어 신규채용 비용이 덜 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체 자영업자 500만명 가운데 직원(고용원)을 두지 않은 자영업자가 400만명에 달해 실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자영업자는 약 140만명 수준입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최근 늘고 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한 수치이고, 고용주가 사람을 내보내는 데 (다른 업체와의) 경쟁 등 영향도 있기 때문에 꼭 최저임금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해서 자영업자의 현실이 어렵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자영업자가 어려운 건 사실이고 손실보상과 같이 피해를 막아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공론화하면서 애초보다 근로장려세제가 크게 확대됐고 원래 계획에 없던 일자리 안정자금이 지급됐으며 카드수수료도 인하된 면이 있어 이런 제도도 자영업자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이 기준 이하 소득을 올릴 경우 나머지 금액을 세금 환급 형태로 지원해주는 근로장려금 지급액은 2017년 1조2천억원에서 2018년과 2019년 각각 4조3천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김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에는 인상 요인이 제법 있다고 봤다. 그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서 차츰 벗어난다고 예상하고 정부도 경제성장률을 4%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물가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2.6% 올랐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가 개편될 필요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고정적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건 맞지만 복리후생비까지 단계적으로 반영하는 결정은 부적절했다”며 “오히려 노동자도 사용자도 최저임금을 주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워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주휴수당’도 이른바 ‘쪼개기’라는 초단시간 노동자를 늘리는 구실을 한다며 “주휴수당을 없애고 최저임금을 그만큼 인상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본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할 ‘방파제’다. “노동자의 임금 결정을 시장에 맡기자는 논의를 많이 하는데 실제로는 노동시장에서 고용주와 노동자의 힘의 차이가 워낙 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이 바닥으로 질주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임금 노동자 집단은 교섭력이 없는 사람들이 다수이고, 노조나 맨파워 같은 ‘빽’이 없어요. 그런 이들의 임금이 바닥으로 질주하는 걸 막아주는 방파제가 최저임금이죠. 코로나19로 양극화가 확대된 지금도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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