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2022 대선의 시대정신
공정과 정의 내세운 문재인정부
조국 사태 등 거치며 정당성 훼손
차기 대선 '상식의 회복' 고민해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4일 검찰의 대검 검사급 검사 41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에서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고도 했다.
이 고검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황제조사’ 논란을 일으켰고, 후배 검사의 수사를 온갖 이유로 뭉개버린 당사자다. 검사의 사명감을 내팽개친 지 오래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검찰 핵심 가치를 몰각했다”며 괜히 비판 성명을 낸 것이 아니다. 물의를 빚은 검사는 스스로 사퇴하고, 고위직 검사라면 마땅히 그렇게 하는 것이 일반인의 정서임에는 분명하다.
법무부는 그러나 “리더십과 능력과 자질, 전문성을 기준으로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장관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주어진 직분대로 공적으로 판단하고 인사를 냈다”고 했다.
현실과 평가의 간극이 큰 탓에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물의를 빚은 공직자는 사퇴한다’는 상식도 허물어졌다. ‘엉터리 인사’에 분노조차 일지 않는 것은 이런 비정상적인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1일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33번째 장관급 인사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 총장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단독 채택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야당 동의를 받지 못한 장관은 공직 수행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적잖았다. 국회의 온전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위축되고, 부하 직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서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야당 동의 없이 장관급 공직자가 된 인사만 33명에 이른다. 논문 표절이나 위장 전입, 주식투자 논란, 부동산 투기 등은 장관직 수행을 위한 통과 의례일 뿐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어느덧 익숙해졌다. 도덕 기준 눈높이가 그만큼 낮아진 탓이기도 하다.
상식과 기준이 후퇴한 사례는 국회에서도 발견된다. 전체 상임위 위원장을 여당이 독식한 것도, 압도적 의석수로 언제든지 실력 행사에 나서는 여당을 보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그러나 검찰 개혁으로 포장하고, 다수결을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앞세우며 활보하기에 검찰과 국회는 원래 그런 곳이었느냐는 생각이 든다. 꿈속에서 나비가 된 꿈을 꾸다가 깨고 나니 나비인지 사람인지 헛갈린다는 장자의 고사를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교수들이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의미의 아시타비를 ‘2020년 올해 한자어’로 택한 것은 이유가 있다.
대통령 취임사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이미 희화화됐고, 민주당 송영길 대표 앞에선 20대 청년이 “민주당을 지지하느냐가 더 비하하는 이야기”라는 지적에 현 정부 실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역대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실패를 파고들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 냈다. 최순실 사태와 탄핵을 딛고 일어선 문재인정부는 공정과 정의를 시대정신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조국사태 등을 거치면서 스스로 내건 시대정신의 정당성을 훼손했다.
또다시 선거의 계절이 도래했다. 별의 순간을 잡으려는 여야 잠룡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시대정신에는 “검찰을 검찰답게, 국회를 국회답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그래서 차기 대선 시대정신은 ‘상식의 회복’이어야 한다.
이우승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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