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전 IMF 위로송 '하나되어', 코로나 위로송으로 다시 불린다

이혜운 기자 2021. 6. 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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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우린 해낼 수 있어/ 다시 일어날 수 있어/ 그토록 힘들었던 지난 시련도/ 우린 하나 되어 이겼어.”

IMF 외환 위기로 힘들어하던 국민들을 위해 1999년 신승훈, 조성모, 룰라, H.O.T 등 당대 최고의 스타 62명이 참여한 곡 ‘하나 되어’다. 1990년대 히트곡 제조기로 불리던 최준영(54) 작곡가가 만들었다. 이 노래가 22년 만에 다시 불린다. 오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드림콘서트에서다. 인순이, 옥주현, 브레이브걸스, 밴드 십센치, 백지영, 레드벨벳 슬기, 타이거 JK 등 스타 62명이 다시 한번 뭉쳤다. 22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현대오일뱅크가 음반 제작과 콘서트를 후원한다.

이번에도 프로듀싱을 맡은 최준영 작곡가를 지난 3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났다.

“코로나 사태로 제 노래가 다시 유튜브에서 회자되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작업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어요. 이 노래가 다시 소환됐다는 게 설레기도 하고, 그만큼 세상이 힘들어졌다는 게 씁쓸하기도 하더라고요.”

코로나 버전 ‘하나 되어’는 어떻게 다를까. “IMF 땐 비장했어요. 매일 아침 자살했다는 뉴스로 가득했지요. 단조로 슬프게. 록발라드 장르고요. 이번에는 조금 밝게 편곡했어요. 갑자기 이런 일을 당했지만, 우리 기쁨으로 승화해보자. 그래서 랩도 넣었지요.”

1990년대 쿨의 ‘슬퍼지려 하기 전에’,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 김건모의 ‘스피드’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낸 ‘미다스 손’인 그는 ‘하나 되어’가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시골 촌놈이 음악으로 여기까지 올라와서 국민에게 위로를 주는 노래까지 만들었구나 싶어 뿌듯했죠.”

IMF 외환 위기에 만들어져 22년 만에 다시 부르는 코로나 버전‘하나 되어’에 참가한(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브레이브걸스의 민영, 인순이, 십센치, 옥주현. 왼쪽 작은 사진은 작곡가 최준영이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박상훈 기자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 때부터 밴드 활동을 했다. 독학으로 기타를 배워 연주했고, 중3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다. 인기곡을 잇달아 낸 비결은 ‘반 발짝’이었다. 외국에서 테크노 장르가 유행하면, 이걸 갖고 와 너무 이질적이지 않게 해금 연주를 깔고, 한국적 멜로디를 넣었다. 이정현이 부른 노래 ‘와’는 그렇게 탄생했다. 댄스곡을 만들면 공개 전 클럽으로 먼저 가져갔다. “클럽 피크 타임에 당시 가장 유행하는 노래 뒤에 제 곡을 넣어요. 그때 손님들이 자리로 안 돌아가고 계속 춤을 추면 그 곡은 성공하는 거였지요.”

2000년대 초반 해외 진출도 했다. 중국의 국민 노래로 2005년 영화 ‘신화’에서 성룡이 부른 ‘미려적 신화(美麗的神話)’가 그의 곡이다. 2006년에는 일본 TBS 드라마 ‘윤무곡-론도’ OST로 오리콘 드라마 차트에도 진출했다.

“제가 2주 만에 곡을 만들어 일본 유니버설 관계자에게 주니까 깜짝 놀라더라구요. 그는 ‘한국 사람들은 음악을 전투적으로 한다. 일본 음악가들은 위기를 느껴야 한다’고 했어요. 지금의 한류를 예상한 거지요. 일본은 음악에도 ‘쇼쇼 오마치 구다사이(잠깐만요)’ 문화가 있어요. 항상 물어보고 허락받는. 우린 안 그렇잖아요. 일단 따라와 하는 화끈함, 성공을 위해 질러보는 문화. 어느 한 분야가 잘되면 쭉 몰리는 집중력도 좋고요.”

현재 그의 도전 무대는 영화·드라마 음악이다. “첫 영화 투자가 ‘올드보이’였어요. 영화 식객, 미인도 등도 작업했었고. 음악만큼 영화를 좋아했어요. 영화는 하나의 종합 예술 같아요.” 그는 ‘아티스트’라는 말보다는 ‘엔터 사업가’라는 말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음악계 대부’ 같은 호칭은 싫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 가수들에게 커피를 돌리더라도 현장에 남고 싶어요. 지나가다 제 노래가 들릴 때 기분이 너무 좋아요. 영화든 드라마든 공연이든 현장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버티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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