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전, 유상철 추모 경기..벤투 "같은 시대 살지 못해 슬퍼"
벤투 감독 선수 때 2002월드컵서 맞대결 "영광스러운 순간 함께"
정상빈·송민규 등 새 얼굴 기용..'큰 승리가 최선의 추모' 각오
[경향신문]
한국 축구의 전성기를 상징했던 영웅의 안타까운 죽음에 축구계 전체가 침통해하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치르는 스리랑카전은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추모 경기가 됐다.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9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스리랑카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에서 고인을 기리기 위해 검은색 암밴드를 착용하기로 했다. 코칭스태프는 암밴드 대신 검은색 리본을 붙이고 그라운드에 선다.
췌장암 투병 끝에 지난 7일 세상을 떠난 고인은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멀티플레이어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다. 고인의 별세 소식에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롯한 세계 여러 곳에서 추모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고인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스리랑카전을 치르기로 했다. 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과 협의해 경기 시작에 앞서 전광판 헌정 영상을 튼 뒤 잠시 묵념하는 시간을 갖는다”며 “또 응원단 붉은악마와 협의해 추모 현수막과 유 전 감독의 대표팀 번호 6번을 상징하는 국화꽃 66송이를 부착한 현수막을 내건다. 아울러 전반 킥오프 이후 6분간 그 어떤 응원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전을 준비하는 벤투 감독도 유 전 감독의 죽음에 큰 슬픔을 드러냈다. 벤투 감독은 8일 열린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한국 축구 관계자들, 그리고 유족분들에게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선수 시절 유 전 감독과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로 나와 유 전 감독이 중심이던 한국과 격돌했다.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의 가장 좋았던 시기에 많은 국민들에게 기쁨을 줬다. 영광스러운 순간을 함께했던 축구인으로서, 그리고 동료로서 더 이상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 슬프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고인을 추모하는 최선의 방법이 한국대표팀의 승리와 선전이라는 것을 벤투 감독은 누구보다 잘 안다. 벤투 감독은 슬픔을 잠시 누르면서 스리랑카전 대승을 위한 각오를 드러냈다. 한국은 2019년 10월 스리랑카와의 첫 대결에서 8-0 대승을 거둔 적이 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벤투 감독이 정상빈(수원)이나 송민규(포항) 등 새로운 얼굴을 기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벤투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벤투 감독은 “팬들은 우리의 승리를 기대한다. 그런 염원에 맞춰 한 팀으로 준비를 잘하겠다. 일부 선수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상빈과 송민규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다. 대표팀에서 훈련하며 적응도 잘했다. 이번 소집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관찰할 예정이다. 출중한 능력이 있다는 점에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최약체로 꼽히는 스리랑카는 직전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2-3으로 졌지만, 예상을 깨고 2골이나 넣으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경기를 분석한 벤투 감독은 “수비에서 압박이 강했다. ‘파이브백’으로 내려앉은 뒤 역습을 시도했다”고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또 “상대를 존중한다. 그래도 내일 경기서도 반드시 승점 3점을 얻겠다”며 승리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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