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계 큰별이 졌다" 축구인·팬들 애도 물결

황민국 기자 2021. 6. 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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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전 감독 빈소 스케치

[경향신문]

등번호 6번 유상철 전 감독 유니폼 입고 조문 등번호 6번의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유니폼을 입은 한 축구팬이 8일 인천 중구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귀 약속 지키고 싶다 했는데”
“한국 축구의 투혼 보여준 후배”
“팔방미인이 너무 빨리 떠났다”
월드컵 4강 주역 등 잇단 추모

“지금 보내기엔 너무도 빠른데….”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적막한 빈소에는 힘없는 발소리만 울렸다. 황망한 표정으로 하나둘 찾아드는 조문객들은 말없이 고개만 숙인 채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고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우정을 쌓았던 축구인들이었다.

지난 7일 밤 고인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은 축구인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고인이 췌장암 투병 중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13번의 항암 치료를 씩씩하게 이겨낸 뒤 방송 활동까지 해왔던 터라 내심 기적을 기대했다. 한·일 월드컵에서 동고동락했던 옛 동료들이 고인이 세상을 떠난 당일부터 빈소로 달려왔다.

한·일 월드컵 멤버들은 고인의 옛 흔적을 떠올렸다. 고인이 지도자로 마지막 불꽃을 피웠던 2019년 인천 시절 전력강화실장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이천수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은 남달랐던 고인의 책임감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두 사람은 꼴찌로 추락한 인천의 1부 잔류에 힘을 모았다.

이 위원장은 “선수로 같이 뛸 때는 멋있는 선배였고, (인천에서) 같이 일할 때는 지도자로 참 멋있는 분이라 생각했다. 건강 문제로 떠났지만 다시 돌아오겠다는, 팬들과 한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틀째 빈소를 지킨 황선홍 전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과 최용수 SBS 해설위원,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은 고인의 현역 시절을 떠올리며 탄식했다. 고인의 건국대 선배인 황 감독은 “팔방미인인 상철이가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났다. 많이 믿고 따르던 후배를 잘 챙겨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고인과 한·일 월드컵 첫 경기인 폴란드전에서 나란히 골을 터뜨려 한국 축구의 첫 승을 이끈 인연도 있다. 최 해설위원도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할 일이 많은 친구였다”며 고개를 숙였다.

뒤늦게 빈소에 도착한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고인의 투혼을 기렸다. 거제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지훈련도 잠시 내려놓은 그는 “한국 축구의 투혼이 무엇인지 보여준 후배였다. 개인적으로 아끼는 후배일 뿐만 아니라 울산의 레전드”라며 “울산의 감독으로 다시 한번 좋은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남일 성남FC 감독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였다”며 “한국 축구를 위해 하실 일이 더 많은 분인데 너무 젊은 나이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축구인들은 4강 멤버들만이 아니었다. 현역인 FC서울의 박주영과 인천의 옛 주장이었던 정산, 현 주장인 김도혁 등도 조문했다.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은 “한국 축구계 큰별이 졌다”며 애도했고, 지난해 전북에서 은퇴한 이동국도 “부고를 듣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슬픔을 나눴다. 고인과 현역 시절 대전에서 사제관계를 맺었던 김형범은 “울산에선 하늘과 같았던 선배, 대전에선 스승님, 은퇴 이후엔 가족여행을 같이 다니던 분이 떠났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송경섭 15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은 “친구를 먼저 하늘로 보냈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협회 임직원을 대표해 빈소를 찾아 “유 감독이 6개월 전에 건강을 물었을 때는 금방 축구계로 돌아올 듯했다. 이렇게 빨리 가실 줄은 몰랐다. 협회 차원에서 고인을 예우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을 향한 애정은 빈소에 끝없이 쌓여가는 근조화환에서도 잘 드러났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과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빈소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하얗게 빛나는 꽃으로 마음을 전했다. 발인은 9일 아침 8시에 하며, 장지는 충북 충주시 진달래메모리얼파크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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