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폭력 등 악습 근절 가로막는 군 사법체계 개혁해야

2021. 6. 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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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공군 성추행 피해 여성 부사관 사망사건 이후 군 사법체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군 성범죄 근절 TF’ 첫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는 체계를 만들라”고 지시한 뒤 군사법원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군내 성범죄 은폐 악습을 끊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번 사건은 군 수사기관이 성범죄 사건을 얼마나 안일하게 처리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에도 해당 부대 군사경찰과 공군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는 상관들의 회유와 압박에 시달렸다. 여기에는 제 식구 감싸기 관행에 매몰된 군 사법체계의 폐단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군 사법체계상 군 검찰·법원은 모두 지휘관에게 종속돼 지휘·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 특히 성범죄는 지휘관의 평가와 승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이번 사건처럼 축소·은폐될 가능성이 높다. 성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병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 못지않게 군 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현행 군 사법체계는 군사재판의 1심과 항소심을 모두 보통군사법원과 고등군사법원에서 관할하도록 하고 있다. 민간법원과는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군 특유의 폐쇄성과 제 식구 감싸기식 판결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그동안 개선을 위한 노력이 없지는 않았다. 국방부는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해 민간법원에서 항소심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지난해 7월 국회에 제출했다. 1심은 군사법원에서, 2심은 민간법원에서 진행하는 안이다. 그런데 법안은 지난해 9월 이후 법사위에서 잠자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이 법안이 발의됐지만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의원들의 입법 우선순위에서 뒤처진 탓이다. 군 사법체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이번에는 반드시 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군 논리가 우선시되는 군 내부에서 군 판사와 군 검사, 지휘관이 종전 관행대로 사법절차를 진행하는 한 장병들, 특히 여군들의 권익은 보호받기 어렵다. 장병들도 시민으로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군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하는 사법체계가 장병을 옥죄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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