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리스크에 갇힌 테슬라, 머스크의 제국 무너지고 있나

박건형 기자 2021. 6. 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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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아이콘, 부진의 늪으로.. 머스크 '위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하던 미국 테슬라가 안팎에서 대형 악재를 만나며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중국 시장에선 심각한 판매 부진에 빠졌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신형 전기차를 앞세워 테슬라의 아성을 본격적으로 허물고 나섰다. 일론 머스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끊임없는 돌출 발언과 구설이 테슬라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면서 머스크의 핵심 측근들마저 회사를 떠나고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 시장 판매 부진과 세계시장 점유율 하락 등 잇따른 악재로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지난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청중의 질문을 듣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경쟁은 심화, 품질은 하락

테슬라가 직면한 악재 중 최악의 위기 요소는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에서의 추락이다. 미국 테크분야 전문 매체 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테슬라의 중국 판매량은 4월 1만8000여대에서 5월 9800여대로 반 토막 났다. 4월 상하이모터쇼에서 한 테슬라 차주가 브레이크 결함을 주장하며 기습 시위를 벌인 이후 중국에서 테슬라 불매운동이 벌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가 “테슬라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가 보안 정보를 촬영해 빼돌릴 수 있다”며 자국 내 정부 기관 건물 인근 주차를 금지한 것도 테슬라로선 좋지 않은 조짐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중국 정부가 공격적인 자국 전기차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한번 브랜드 이미지가 무너지면 회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테슬라가 중국에서 퇴출된 구글·페이스북이나 사드(THAAD) 사태 이후 판매가 급격히 감소한 현대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테슬라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완성차 업체들의 대대적인 공세에 타격을 입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 3월 29%에서 4월 11%까지 떨어졌다. 유럽에서 같은 기간 22%에서 2%로 곤두박질쳤고, 중국에서는 19%에서 8%로 급락했다. 안방인 미국에서도 72%에서 55%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모두 테슬라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던 시장이다. 반면 폴크스바겐은 전기 SUV ID.4로 유럽 시장 1위에 올랐고, 중국에서는 GM의 합작사 상하이GM우링의 소형 전기차 미니EV가 1위를 차지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달 공개된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라이트닝은 예약 일주일 만에 7만대 계약을 달성했고, 현대차의 아이오닉5도 유럽·미국에서 판매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마크 필즈 전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미 경제방송 CNBC 인터뷰에서 “전통 완성차 업체의 반격이 시작됐다”며 “테슬라가 이제야 진정한 경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격을 뿌리쳐야 할 테슬라는 품질 논란에도 발목이 잡혔다. 나사 조임 불량과 안전벨트 장착 미비 같은 기본적인 조립 실수로 모델3와 모델Y에 대한 대규모 리콜이 진행되고 있다.

◇핵심 측근도 테슬라 떠나

위기 수습만으로도 정신이 없어야 할 머스크는 이 와중에 과장된 자사 제품 홍보와 부적절한 돌출 발언을 일삼고 있다. 머스크는 6일 트위터를 통해 “최고급 세단 ‘모델S플레이드 플러스’ 출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1년 전부터 ‘현존하는 차량 가운데 최고가 될 것’이라고 자랑하며 예약을 받았던 모델이다. 머스크는 “모델S플레이드가 이미 훌륭하기 때문에 플러스 모델이 필요없다”고 해명했지만 미 CNN은 “개가 내 숙제를 먹어치웠다는 것 같은 변명”이라고 했다. 황당한 핑계라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모델S플레이드 출시도 연기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머스크가 장담했던 사양을 개발하는데 테슬라가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 내부에서도 독단적으로 모든 일을 결정하는 통제 불능 CEO에 대한 반발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7일 “제롬 기옌 테슬라 트럭 사업 담당 사장이 회사를 떠났다”고 밝혔다. 기옌은 2010년 테슬라에 입사한 머스크의 최측근으로, 테슬라의 핵심인 자동차 사업부 사장을 맡으며 상하이 공장 건설과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주도한 인물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앨 프레스콧 테슬라 최고 법무담당이 사임했다. 잇따르는 악재(惡材)로 올 초 10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뒀던 테슬라 주가는 60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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