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어나니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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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선 매년 11월 5일을 '가이 포크스 데이(Guy Fawkes Day)'라 부른다.
1570년 영국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가이 포크스가 1605년 11월 5일 가톨릭을 핍박하는 영국 왕실과 의원들을 몰살시키기 위해 의회 의사당을 폭파시키려다 발각된 것을 기념한 날이다.
이 가이 포크스 가면을 국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가 2008년 신흥종교 사이언톨로지 항의시위 때 쓰고 나왔다.
어나니머스는 이때부터 집단 상징으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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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훗날 가이 포크스는 절대권력에 대한 '저항의 아이콘'이 됐다. 지난 2006년 제임스 맥티그 감독의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계기로 가이 포크스는 세계적 인물로 유명세를 탔다. 줄거리는 주인공 브이(V)가 제3차 세계대전 후인 2040년 가상의 영국을 배경으로 사회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정권에 맞서 혁명을 꿈꾼다는 내용이다. 브이가 바로 가이 포크스다.
이 가이 포크스 가면을 국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가 2008년 신흥종교 사이언톨로지 항의시위 때 쓰고 나왔다. 어나니머스는 이때부터 집단 상징으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사용한다. '익명'이란 뜻의 어나니머스는 자신들 의사에 반하는 특정 대상을 상대로 해킹을 통해 정치·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2000년대 초반부터 활동했으며 전 세계에 점조직화돼 있다. 얼굴 없는 해커집단으로도 불린다. 공격 대상은 국가, 정부기관, 기업, 테러단체 등을 가리지 않는다.
어나니머스가 최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을 교란했다며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공개 저격했다. 영상에서 "당신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하는 놀이 때문에 여러 삶이 파괴돼 왔다"며 "이번엔 임자를 만났다. 기대하라"고 경고했다. 머스크 말 한마디에 가상화폐 시장이 출렁이는 게 꽤나 싫었던 모양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익명성은 사회·경제가 혼란할 때 활개를 친다. 머스크도 괴짜, 어나니머스도 괴짜다. 괴짜들의 한판 대결 결과가 궁금하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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