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기] '진화한 고교 주키치' 한지웅 'KK쇼' 인천고 8강행..승부치기 휘문고 격파
[스포티비뉴스=목동, 이재국 기자] 과거 LG 외국인투수로 활약한 주키치처럼 극단적인 크로스 피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천고 좌완 한지웅이 역투를 펼치면서 인천고가 8강에 올랐다.
인천고는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휘문고와 16강전에서 승부치기로 진행된 연장 10회말 상대 실책에 편승해 2-1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1-1로 맞선 10회 공방이 백미였다. 무사 1·2루를 두고 시작하는 승부치기에서 10회초 휘문고는 1번타자 김민석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인천고 계기범 감독은 3번째 투수 이호성을 내리고 아껴뒀던 좌완 한지웅을 호출했다. 상대 타선이 2번 김유빈과 3번 엄태경 좌타자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휘문고에서 가장 믿을 만한 정교한 타자들이었다.
이 절체절명의 승부에서 한지웅은 마운드에 올라 혼신의 힘을 다해 직구로만 승부했다. 벤치에서는 “1점만 준다는 생각으로 최소실점으로만 던지면 된다”고 했지만 한지웅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김유빈을 상대로 볼카운트 2B-2S에서 힘 있는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돌려세워 2사 2·3루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3번타자 엄태경을 상대로 3B-2S 풀카운트까지 승부를 펼친 뒤 역시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포효했다.
이어진 10회말 인천고도 무사 1·2루에서 공격을 시작했다. 9번타자 정상훈은 포수 앞으로 알맞은 희생번트를 댔다. 그런데 상대 포수 김리안이 1루로 던진 공이 원바운드로 악송구가 됐다. 베이스커버를 들어온 2루수 몸에 맞고 옆으로 흐른 사이 3루주자가 홈으로 파고들었다. 2루수 김민석이 공을 잡아 던졌지만 이미 늦었다. 급하게 던진 송구 또한 높았다.
인천고는 선발 김성주(3이닝 44구 3안타 2탈삼진 1실점)에 이어 윤태현(4이닝 53구 2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과 이호성(2⅓ 2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등 믿을 만한 투수들이 다 등한한 상황이었다. 이 치열한 승부치기에서 한지웅이 2타자를 모두 삼진을 잡아내면서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좌완 한지웅은 오른발을 스트라이드할 때 포수와 1루수 사이로 내딛은 뒤 몸을 틀어 던지는 극단적 크로스 피칭이 트레이드마크다. 과거 LG에서 활약한 벤자민 주키치를 떠올리게 하는 투구폼. 전국에 TV로 생중계된 지난해 봉황대기에서 이 같은 투구로 화제를 모으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경기 후 한지웅은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학교에서 일반 학생들이 야구를 하다 시범을 보여달라고 하기도 한다”며 웃은 뒤 “겨울 동안 몸의 회전운동을 많이 하고 체중을 불리면서 공에 힘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몸무게는 지난해 75㎏에서 겨울 동안 82㎏까지 늘었다. 키도 187㎝에서 189㎝로 더 커졌다. 지난해에는 직구 최고 구속이 130㎞ 중반을 약간 웃돌았지만, 이날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최고 구속은 141.9㎞까지 찍혔다.
이날 경기를 관전한 KBO리그의 한 스카우트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구위가 더 좋아졌다”면서 “불펜 요원으로도 활용 가능하고 체력을 더 키우면 주키치처럼 프로에서 선발로도 키워볼 만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휘문고는 3루수 유망주 타자로 평가 받는 4번타자 신민철이 2회초 솔로홈런을 때리며 선제점을 뽑았지만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8회말 무사 1·2루에 이어 1사 만루 찬스에서 득점에 실패한 것이 뼈아팠다.
인천고는 이어 열리는 부산공고-강릉고 승자와 10일 오전 10시 8강전을 치른다.
한편 이날 앞서 벌어진 16강전에서 유신고는 마산용마고를 5-3으로 물리쳤고, 서울고는 물금고에 8-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두 팀은 10일 오후 1시 4강 진출권을 놓고 외나무다리 승부를 벌인다.
스포티비뉴스=목동,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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