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기본소득이 진보 포퓰리즘? 보수파 맨큐도 지지한 정책"

류호 2021. 6. 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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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와 야권 정치인들이 기본소득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경제 석학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기본소득은 보수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도 선호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기본소득 제도를 지지하는 보수성향 경제학자도 많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기본소득이) 진보 진영의 대표적 어젠다라고 보는 건 현실과 조금 거리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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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 SNS서 기본소득 옹호
"기본소득이 진보적 어젠다? 현실과 거리 있어"
"재분배 시 행정 낭비 피할 수 있어 보수파도 지지"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명 경기지사와 야권 정치인들이 기본소득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경제 석학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기본소득은 보수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도 선호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등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야권 인사들이 잇따라 기본소득이 진보적 포퓰리즘이라며 이 지사를 비판하는 데 대한 반박이다.

이 교수는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기본소득 제도를 지지하는 보수성향 경제학자도 많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기본소득이) 진보 진영의 대표적 어젠다라고 보는 건 현실과 조금 거리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글은 8일 이 교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올라왔다.

그는 대표적 미국의 보수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가 기본소득에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본소득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보수의 아이콘인 고(故) 밀턴 프리드먼 미 시카고대 교수라고 했다.

이 교수는 "흥미로운 건 (맨큐가) 우리 사회에서 열띤 토론의 대상이 된 기본소득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라며 "이왕 재분배를 하려면 그 제도를 활용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게 그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수파들은 이 제도가 행정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에 현재의 재분배 정책과 관련된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불해 도움을 줄 대상을 선정하고 실제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낭비를 피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유한 사람이라 해서 기본소득에 유리하지 않아"

4월 28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교수는 맨큐가 든 예시를 소개하며 기본소득이 부자에게도 지급 돼 재원 낭비란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맨큐가 든 예시는 두 개의 재분배 정책으로, 가난한 사람을 골라 지급하고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A, 소득에 상관 없이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는 걸 B로 규정했다. A는 선별적 지원이고, B는 보편적 지급 방식인 기본소득 정책이다.

A안의 예산은 연간 소득 6만 달러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20%의 세율로 부과한 조세 수입으로 충당하고, B는 모든 소득에 대해 20%의 세율로 부과한 조세 수입으로 충당한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엄밀하게 따져 보면 두 제도는 실질적 차이가 없다"며 "개인별로 정부로부터 받은 돈에서 정부에 내는 돈(세금)을 뺀 금액을 계산하면 그 사람의 소득이 어느 수준이든 똑같아진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슈퍼리치의 경우 B 정책으로는 연간 1만2,000 달러의 보조금을 받지만 그만큼 바로 세금을 내기 때문에 A 정책과 차이가 없다"며 "부유한 사람이라고 해서 B 정책이 더 유리할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선별 지급 차이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 많아"

송하진(가운데) 전북지사가 6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기자회견장에서 '전북도민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 교수는 "맨큐는 'A와 B가 실질적으로 똑같은 정책인데 많은 사람이 잘 모른 채 기본소득을 반대한다'고 주장한다"며 "두 정책이 똑같다는 점을 인식하면 행정적으로 훨씬 단순한 B를 더욱 선호한다는 게 맨큐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대책인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느냐 선별적으로 지급하냐를 두고 논란이 있는 걸 볼 수 있다"며 "맨큐의 논리에 따르면 두 방식의 차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크지 않고, 부자의 경우 지원금을 받은 만큼 세금의 부담을 더 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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