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치매 신약 '아두카누맙'은 어떻게 FDA 허가를 받았나

왕해나 2021. 6. 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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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3상에서 인지 능력 악화 감소 효과 증명
2개 중 1개 임상만 성공..FDA "4상 진행하라"
알츠하이머 치료제, 원인 규명 어려워 개발 난항
국내 도입은 미지수..후속 개발업체에는 호재

[이데일리 왕해나 박미리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7일(현지시간)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헴)의 사용을 승인했다. 아두카누맙은 지난 2003년 이후 18년 만에 나온 알츠하이머 신약이다. 그만큼 업계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는 첫 신약이라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가 내려지는 한편, 질병의 진행을 늦춘다는 효과 대비 연간 6000만원이라는 치료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바이오젠 본사.(사진=로이터)
2개 임상 중 1개만 유효성 증명…임상 4상 진행해야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을 억제하고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다. 그동안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불안증, 불면증 등 알츠하이머로 인한 증상을 완화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아두카누맙은 ‘신기원’이라는 평가다. 한설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원인이며 증상 악화에 관여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뇌 조직 내에서 효과적으로 제거시킨다”면서 “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근원적으로 병의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원인치료제’라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있어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두카누맙의 승인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인구 고령화로 알츠하이머 환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600만명, 전 세계적으로는 3000만명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30년 후 이 수는 배로 늘어나 각각 1300만명, 6000만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국립중앙의료원의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0’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노인의 치매환자 수는 2019년 약 79만명에서 2030년 136만명, 2040년 220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80% 이상이 알츠하이머 환자다.

지금껏 글로벌 빅파마들이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원인을 공략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으며 개발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머크의 베루베세스타트, 일라이릴리의 솔라네주맙, 로슈의 크레네주맙은 모두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 약물이었지만 임상시험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공통적으로 베타 아밀로이드를 감소시켰지만 인지기능은 개선하지 못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글로벌 빅파마들의 임상시험이 실패하면서 질병의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었다. 국내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알츠하이머는 다중요인에 의해 발병하기 때문에 하나의 타깃으로는 개발하기가 어렵다”면서 “질병 원인으로 지목된 베타 아밀로이드도 원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2건의 임상 3상인 ‘이머지(EMERGE)’ ‘인게이지(ENGAGE)’를 진행했다. 이머지 임상에서 1차 유효성 평가 지표인 임상치매평가척도(CDR-SB)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증명했다. 고용량 아두카누맙으로 치료 받은 환자들은 78주 후 임상치매평가척도에서 기준치 대비 임상 증상 악화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며 위약군 대비 약 23% 개선된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바이오젠은 인게이지 임상에서는 약물의 유효성을 증명하지 못하면서 2019년 3월 개발 중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FDA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아두카누맙의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며 품목 허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었다. FDA는 이번에 조건부 승인을 내렸지만 “임상 4상에서 의도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국내 도입 시간 걸릴 듯…후속 개발업체 “시장 성장 빨라질 것”

‘불완전한 허가’를 받은 아두카누맙의 국내 도입 성사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에서 조건부 허가가 내려진 만큼 임상 4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약물의 시장성도 문제다. 아두카누맙의 1회 투여 비용은 4312달러(480만원)으로 4주 간격의 투여 기간을 고려해도 연간 약 5만6000달러(6230만원)가 들어간다. 당국이 효과가 불분명한 신약에 많은 건강보험 재정을 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철 한림대 의료원부원장은 “알츠하이머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인 것은 의미가 있지만 효과가 기대한 만큼은 아니어서 임상연구가 더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부분 고령에서 생기는 질병 특성상 한달 500만원의 치료비용 대비 기대 효과가 있을까하는 점도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두카누맙 조건부 허가는 후속 개발업체들의 개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재준 대표는 “다국적 기업이 18년만에 치매치료제 신약 허가를 받으면서 벤처업체들을 고무시켰다”면서 “아리바이오가 다중기작으로 치매치료제를 개발 중이어서 좋은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치료제를 치매치료제로도 연구하고 있는 펩트론(087010)의 관계자는 “중추신경계 신약승인을 위한 기준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치료제의 승인과 시장의 성장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왕해나 (haena0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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