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하이일드 채권..다 공모주 덕분?

강우석 2021. 6. 8. 17: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운용사, 하이일드펀드 자산에
BBB급 보유땐 공모주 우선배정
작년엔 年 5%대로 발행했지만
올핸 두산·한진칼 3%대 완판
한양·한라·현대삼호중공업 등
조달금리 낮출 것으로 기대

◆ 레이더 M ◆

신용등급 BBB급 하이일드(High-Yield·비우량 채권)가 발행시장에서 전례 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정부 지원 없이는 발행 자체가 어려웠던 지난해와 상반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연말까지 공모주시장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돼 자산운용사들의 편입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하이일드 펀드는 BBB급 채권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할 경우 공모주를 우선 배정 받을 수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양은 10일 2년물 300억원어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 예측에 나선다. 투자자들에게 시장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제시할 예정이다. 대기 수요가 풍부하다보니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양에 이어 한라, 현대삼호중공업, (주)한진 등이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일드란 신용등급 BBB급(BBB-·BBB0·BBB+)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을 통칭한다. 투기등급은 아니지만 A급 기업 대비 재무건전성이 열위에 있어 비우량채라 부르기도 한다. 위험 분석이 가능한 투자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하이일드는 '낙동강 오리알'과 다름없는 신세였다. 코로나19 여파로 기관투자자들이 주머니를 닫으면서 BBB급 회사채들은 외면 받았다. KDB산업은행이 비우량채 일부를 인수해줘야 겨우 소화될 정도였다.

1년 여 사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발행시장에서 하이일드가 귀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두산(신용등급 BBB0)은 지난달 말 2년물 회사채 400억원 모집을 위한 청약에서 무려 207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넘치는 수요를 감안해 발행액을 두 배(800억원)나 늘렸는데도 발행금리는 연 3.6%에 불과했다. 작년 9월과 11월 2년물 회사채를 각각 연 5.4%, 5.3%에 발행한 데 비춰보면 몸값 자체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올 들어 회사채를 발행한 두산인프라코어(BBB0), 한진칼(BBB0), 한신공영(BBB+) 등도 모두 조달 금리가 3% 초중반대로 책정됐다.

하이일드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찌르는 건 자산운용사 때문이다. 연말까지 공모주시장이 뜨거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하이일드 펀드 편입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하이일드 펀드가 전체 자산의 45% 이상을 BBB급 회사채와 코넥스 주식으로 채우면 공모주 물량의 5%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혜택은 작년까지만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2023년까지 2년 더 연장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하반기까지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상장 심사를 받고 있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이후에도 조 단위 주자들이 채비 중이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다. 공모 규모만 최소 10조원으로 점쳐질 만큼 한국 자본시장 역대 최대 규모의 딜이 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했다. 상장 절차가 문제없이 진행된다면 늦어도 10월께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하이일드 펀드를 새로 설정하는 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채권을 매수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공모주시장에서 대어가 연이어 대기 중이어서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일드 열풍에 대해 우려도 나온다. '묻지 마 주문'에 나서는 형국도 보여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채권 투자의 기본은 투자 대상 기업의 부도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이라며 "기준 금리가 상승하면 하이일드부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