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없다..전쟁영웅 보훈은 한미혈맹 뿌리"
함께 피흘린 韓美간 보훈
日에는 없는 특별한 자산
美참전용사 훈장, 추모의벽 방문
한미정상 혈맹 다시 확인
6·25 참전한 콜롬비아 방문
도움 잊지않고 협력 강화할것
천안함 장병·유공자 자손 등
보훈 사각지대 꼼꼼히 지원
■ 대담 = 채수환 정치부장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보훈 외교 성과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그 부분이 매우 안타까웠다. 한미동맹의 근본은 보훈이다. 모든 것이 보훈에서 시작된 것이다. 보훈의 바탕 위에서 경제라든지 사회·문화적 협력이 출발하지 않나. 미국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본다. 한미 간 보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다른 이슈에 가려진 측면이 있어서 아쉬웠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보훈이 갖는 특별함은 무엇인가.
▷일본은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우리만의 자산이다. 적이었던 일본과는 달리 한미는 피를 나눈 혈맹을 맺었던 사이다. 혈맹을 바탕으로 동맹이 맺어져 있기 때문에 한국 군인들에게만 백신을 지원한 것도 비록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경제협력도, 백신도 다 중요하지만 한국과 미국 관계에서 가장 근저에 있는 것은 역시 한미동맹이다. 6·25전쟁 때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피를 나눈 것을 기리는 것은 다른 모든 분야 협력의 밑바탕이 된다.
―가장 의미 있었던 보훈 행사는.
▷세 가지 장면을 들 수 있다. 한미 정상이 백악관에서 미 6·25 참전용사 옆에 나란히 무릎을 꿇고 기념촬영을 한 것,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했을 때 문 대통령이 국내에서 발굴된 미군 단추 등 피복류로 제작된 기념패를 기증한 것, 마지막으로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이다. 미국에서 이렇게 의미 있는 보훈 행사를 한 적이 없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 미군 용사에게 훈장을 수여함으로써 한미동맹의 역사를 미국민에게 널리 알렸다. 우리는 미군의 희생을 오랫동안 기릴 수 있도록 추모의 벽을 세우기로 했다. 양국이 서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을 한 것이다.
―미국 방문 후 콜롬비아를 거쳐 귀국했는데.
▷콜롬비아는 남미에서 유일하게 6·25전쟁에 참전한 국가다. 1951년에 1개 대대와 군함 3척이 다녀갔다. 올해가 참전 70주년이다. 콜롬비아군은 주로 김화, 연천 쪽에서 중공군과 맞서 싸웠다. 5100여 명이 참전해 261명이 전사했다. 현지에서 예방한 이반 두케 대통령이 "한국과 콜롬비아는 우방국이자 형제의 나라다. 과거엔 우리가 한국을 도와줬고, 앞으로 더 큰 미래를 위해 협력해나가야 한다. 그게 우리가 참전했던 의미"라고 말씀하셨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와 번영의 좋은 모델'이라고 강조하면서, 양국이 앞으로 문화·체육·보훈·방산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콜롬비아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6·25전쟁에 참전했던 분들이 재활을 받고 있는 곳이 있다. 코이카의 지원으로 한·콜롬비아우호재활재단이 세운 재활센터다. 6·25전쟁뿐 아니라 콜롬비아 내전에서 다친 분도 많이 계신다. 한국전 참전용사의 손주들이 그곳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더라. 콜롬비아 방문의 후속 조치로 당장 우리 보훈처에서 휠체어, 의족, 의수 등 보철구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그분들에게 한국은 굉장한 자부심이다. '우리가 도와준 나라가 지금처럼 잘살고 있는 것은 정말 가슴 뿌듯한 일'이라고 말씀하신다. 보통 18~21세에 한국전에 참전해 지금 대부분 94~95세다. 살날이 얼마 안 남으셨다. 직접 찾아가 감사함을 표하고 싶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흔히 보훈을 과거의 역사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것도 맞는다. 그러나 더 넓은 범위에서 보면 보훈은 과거 질곡의 역사와 그 역사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희생·헌신하신 분들을 기억하고, 이를 오늘의 우리가 보답하고 예우하면서 국민 통합을 통해 더 큰 미래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임기 중 특별히 방점을 찍고 싶은 보훈정책이 있나.
▷보훈 사각지대를 더 세심히 살필 것이다. 사실 현 정부 들어 어느 때보다 보훈수당이라든지 보상금이 획기적으로 올라간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대표적이다. 천안함 생존 장병 중 국가유공자 등록이 늘고 있다. 보훈 심사 대상자도 추가돼 현재 9명에 대해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신속한 심사를 통해 예우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각지대가 있나.
▷보훈수당을 받으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가 깎이는 문제가 있다. 독립운동 유공자 자손의 보상금 또는 월남참전용사의 수당 등이 일정액을 넘어버리면 생계급여가 감액된다. 이 문제를 놓고 현재 보건복지부, 국회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인데, 곧 해결될 것으로 본다.
서대문형무소·독립문 연계
순국선열 위한 공간으로
독립운동 사적지 中서 방치
외교부와 협력해 보전·관리
▷중국 외교학원에서 강의 활동을 하면서 충칭, 시안, 상하이, 베이징 등 우리 선조들이 독립운동을 했던 곳들을 많이 다녔다. 그런데 그런 독립운동 사적지들이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더라. 특히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건물 주변에 민간인 가옥들과 상권이 들어서다 보니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듯했다. 시안은 사적지가 별로 남아 있지도 않더라. 광복군이 사용했던 토굴이 많은 곳인데. 그래서 중국에 있는 우리 사적지 보전·관리를 위해 최근 외교부에 얘기해서 보훈처 소속 중국주재관을 베이징에 상주하도록 했다. 보전뿐 아니라 새로운 유적지 발굴도 해나갈 계획이다.
―임시정부 기념관도 개관을 한다.
▷올 하반기 가장 중요한 보훈행사다. 선조들이 건국을 위해 희생 당한 서대문형무소와 독립문 일대를 공원화해 보훈의 성지와 같은 장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계획 중인 중요한 보훈정책이 있다면.
▷교육이다. 예전만큼 학교에서 역사나 보훈 관련 교육이 안 이뤄지지 않나. 보훈이라는 게 결국 독립이든 호국, 민주든 다 애국이고 국민 통합이다.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주저하지 않고 국가를 위해 헌신해온 그 정신을 후세에 전하는 것이 곧 보훈이다. 그래서 요새 전국에 있는 교원대와 사범대들을 돌며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다. 향후 배출되는 교원들이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보훈의 정신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해외 일정에서도 보훈 교육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왔다고 들었다.
▷미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숀 벅 학교장에게 한국전쟁 내용을 담은 책을 한 권 줬다. 미국 교과과정에 맞게끔 영어로 번역된 책이다. 미 해사 생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하니 자기 부친도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이라며 꼭 이 책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했다. 콜롬비아 국방장관을 만났을 때도 스페인어로 번역해 책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한국을 이해하고, 또 서로 관계를 오래 존속시키고, 이 관계를 미래세대에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은 교육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렇게 제안했다.
▶▶ He is…
△1957년 경남 창원 출생 △해군사관학교 32기 △2013년 해군참모총장(대장) △2020년~ 제31대 국가보훈처장
[정리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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