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땐 복당' 길 열어뒀지만..내부 갈등 '불씨'도 무시 못해

박홍두 기자 2021. 6. 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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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공개하고 '탈당 권유' 징계 카드 꺼낸 배경

[경향신문]

‘부동산세제 토론회’ 앞둔 김진표 위원장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부동산세제 개편안 관련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하기 전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부동산 내로남불’ 위기감에 악재 차단 고육지책
‘제 식구 감싸기’ 우려, 해당 의원들 소명도 안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8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목한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 의원 12명에 대해 ‘탈당 권유’라는 사실상 ‘징계 카드’를 쓴 데에는 ‘부동산 민심’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부동산 내로남불 비판’에 빠질 수는 없다는 위기감과 함께 악재를 차단하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송영길 대표 등이 공언해왔던 ‘출당’보다는 한 단계 낮은 조치라는 점에서 완벽한 중징계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내 일부에선 이번 조치로 내부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민주당 지도부가 결단한 탈당 권유에 대해 당내에서는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의원 12명 중에서는 단순 의혹이나 중복된 의혹도 일부 있었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분노한 민심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투기와 연계되지 않은 농지법 위반 의혹 등은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게 합당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의 경우 이미 알려진 의혹들도 있었지만 ‘열외’ 없이 탈당 권유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농지법 위반 의혹은 개발 예정지 투기가 아니라 자경하지 않은 경우도 농지법 위반이 돼 ‘과도하지 않냐’는 문제제기도 있었다”며 “국민들에게 민주당의 엄정 대처를 보여주고 내로남불이라는 지탄을 듣지 않기 위해 어떻게 보면 과도하게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해당 의원들의 소명을 듣지 않은 점도 이 같은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아예 소명을 듣지 않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그만큼 당 지도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대처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향후 탈당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도 예고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일이 있다면 거기에 맞게 대처하겠다”며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당이 결단을 내렸으니 의원들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탈당 권유를 수용하지 않으면 징계위원회에서 제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무혐의를 받을 경우 ‘복당’은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무혐의가 되면 당연히 당으로 돌아올 수 있는 자격이 된다”며 “당연히 당도 문을 열고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날 탈당 권유는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말한 ‘중징계’와는 거리가 먼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송 대표가 그동안 “즉각 출당 조치하겠다”고 해왔던 것과 달리 강제력이 없는 징계인 ‘자진 탈당’ 쪽으로 선회하면서다.

결국 부동산 민심을 위해 ‘결단’은 내렸지만 당내 의원들의 여론도 감안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반발의 조짐도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수사를 통해 결론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름과 의혹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방어권 보장을 하지 않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탈당 권유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원들도 있어 당내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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