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없는 추경' 규모 두고 당·정 온도차.."30조원 슈퍼 추경 추진 시 적자국채 못 피할 수도"
여당 "전국민 휴가비 포함 30조원" vs. 기재부 "빚 없는 추경"
연말 세수 펑크 가능성도 배제 못해
정부와 여당이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두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30조원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기획재정부는 구체적인 추경 규모를 밝히지 않은 채 적자국채 발행이 없는 ‘빚 없는 추경'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추가세수에서 지방교부금을 제외하면 20조원이 이번 추경으로 쓸 수 있는 최대 한도라고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이 ‘폭넓고 두터운 지원(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강조한 만큼,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 지원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국민에게 한 사람당 30만원씩 휴가비를 지급한다는 방침까지 2차 추경에 담길 가능성도 있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를 기반으로 추경 규모를 지나치게 키웠다가 연말에는 세수 ‘펑크’가 나서 결국 적자국채를 발행해 채워야 할 위험이 있어 기재부는 추경 규모에 고심하고 있다.
◇지방교부금 안 주고 추경에 쓰느냐, 적자국채 찍느냐
8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 6월호’에 따르면, 1~4월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32조7000억원 증가한 13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 한달 국세수입은 44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조8000억원이 더 걷혔다.
정부는 늘어난 세수를 2차 추경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필요하다면 큰 폭으로 증가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 부총리는 이를 이어받아 지난 4일 “이번 추경은 적자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분만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도 “추경과 관련한 국채시장의 수급 불확실성은 최소화될 것”이라며 거들었다.
하지만 초과 세수분이 2차 추경의 충분한 재원이 돼 적자국채를 찍지 않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자영업자 손실지원 규모와 전국민 휴가비 지급 등 각각의 추경 사업이 어느 정도 규모로 잡힐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지방교부금은 추경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추가 세수 가운데 지방정부에 보내야 할 교부금을 빼면 정부에서 추경에 쓸 수 있는 돈은 최대 20조원으로 계산하고 있다. 지방재정 교부금을 지방정부와 협의를 통해 중앙정부가 쓸 수는 있으나, 자칫 지방정부의 재량권을 중앙정부가 대신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될 여지가 있다.
지방교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경우, 추가 세수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여당이 주장하는 30조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만약 이번에도 앞선 추경처럼 홍남기 부총리가 ‘백기'를 들어 여당의 입김대로 30조원의 추경을 편성하게 된다면, 지방교부금을 나눠주지 않고 중앙정부에서 모두 써버리거나 적자국채를 발행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추가 세수, 남는 돈 아냐...계획 없는 재정 운용 경계해야”
아직 정부는 하반기 세수 추계를 완료하지 않은 상태다. 최영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5~12월 세수는 하반기 경제전망을 기반으로 추계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은 연간 세수 예상치를 정확하게 전망하기에 이른 시기이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객관적으로 전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무턱대고 추경 규모를 키우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추가 세수를 계획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남는 돈’처럼 여겨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재정 운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는 이미 4%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며, 첫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미 경제의 체력이 회복된 상황”이라며 “경기가 과열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자산시장으로 흘러가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1~4월 누계로 국세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32조7000억원 더 걷혔지만, 올해 하반기까지 이 같은 세수 호황이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부동산·주식 호황으로 양도소득세가 대폭 늘고 코로나19로 지난해 납부유예한 세금이 올해 세수로 잡히는 등 일회성 세수 증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등 재벌 총수 사망으로 상속세가 크게 늘기도 했다.
이처럼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를 기반으로 추경 규모를 지나치게 키웠다가 연말에는 세수 ‘펑크’가 나서 결국 적자국채를 발행해 채워야 할 위험이 있다. 결국 빚없는 추경이 880조4000억원까지 쌓인 국가의 빚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전국민 재난지원금? 15조원 든다
여당 일각에서는 추경 규모를 확 늘려 전국민에 휴가비 개념으로 한 사람당 3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 전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은 가구당 40만~100만원 선이었다. 당시에도 약 15조원의 예산이 들었다. 이에 더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금 지급까지 추가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된 지난해 3차 추경(35조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을 소급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관련 피해 지원 사업도 모두 2차 추경에 담길 전망이다. 피해 지원 대상 업종이 앞선 소상공인 피해 지원 추경 때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손실보상법 관련 당·정협의에서 여당과 정부는 이같이 결론냈다. 더불어민주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인 송갑석 의원은 “(집합금지 등) 행정명령을 받은 24개 업종 외에 10개 경영위기 업종까지 과거 피해를 지원하겠다”며 “초저금리 대출까지 포함해 현재 소상공인에게 당장 필요한 지원이 이번 추경에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총 34개 업종에 100만~500만원을 일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은 14조9000억원규모로 편성됐다. 이 가운데 385만명에게 한 사람당 100만~500만원씩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 플러스를 지급하는 데 6조7000억원이 들었다. 이번에는 직접적인 행정명령을 받은 24개 업종에 경영위기 업종 10개가 추가된만큼, 지급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민주당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한 소상공인의 영업 손실을 국가에서 보상해주자는 ‘손실보상법’을 소급 적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급 적용 대상 업종, 적용 시점을 어떻게 정하느냐를 놓고 오랜 시간을 소요할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적절한 피해 지원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소급 적용이 정부의 앞선 소상공인 피해 지원 정책들과 중복된다는 지적, 재정 부담이 심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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