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확진자 안 줄고, 접종률도 낮은데..'때이른' 방역 완화

조형국 기자 2021. 6. 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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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절반 백신 못 맞고 변이 바이러스 건수 많아 안심 일러
이번주 '상생방역' 시범사업 발표..백신 효과 정체 우려도

[경향신문]

보호복에 더 찌는 더위 무더운 날씨를 보인 8일 오후 서울역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보호복을 입고 근무 중인 한 의료인이 냉풍기 앞에서 열을 식히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서울시가 이번주 중 발표하는 ‘서울형 상생방역’을 놓고 백신 접종률과 방역 완화 수위를 연계한다는 중앙정부 방침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역자치단체 중 서울시의 접종률이 낮은 편인데도 섣불리 방역을 완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8일 백브리핑에서 “서울시가 한 달 정도 (시범운영을) 하고 결과를 보기로 한 상태”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주 중 서울형 상생방역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한다. 최근 중수본과 서울시는 상생방역과 관련한 협의를 마친 터다. 서울 시내 2개 자치구를 정해 실내체육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1시간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간 정부는 ‘백신 접종률이 높은’ 지자체가 지역 차원의 방역수칙을 자율적으로 완화할 수 있게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접종률이 높을수록 면역이 형성된 시민이 많아 감염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접종률이 높을수록 치명률·위중증률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지역 전체의 위험도 낮아진다”며 접종률이 낮은 지역의 접종 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날 0시 기준 서울 소재 접종 대상자(302만3361명)의 접종률(49.6%)은 대구(45.8%), 울산(48.5%)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 세번째로 낮다. 접종 대상자가 더 많은 경기(359만9981명)의 접종률(51.4%)보다 낮다.

서울의 코로나19 관련 지표도 다른 지역보다 나쁜 축에 속한다. 이날 0시 기준 서울의 신규 확진자는 139명으로 전국 국내 발생 확진자(435명)의 32%를 차지했다. 17개 시·도 중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이 400명을 넘는 곳은 서울(467.43명)과 대구(422명)뿐이다.

서울은 변이바이러스 확산 측면에서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공개한 주요 변이바이러스의 시·도별 감염경로를 보면, 서울에서 확인된 변이바이러스가 총 113건(국내감염+해외유입)으로 경기(361건), 울산(297건), 경남(117건)에 이어 네번째로 많았다. 전남, 전북, 광주 등도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전면 등교,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해제 등 방역 완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서울과 달리 접종률(전남 61.9%, 전북 60.6%, 광주 59.7%)이 높고, 확진자 수도 적다. 전남, 전북, 광주에선 이날 각각 8명, 3명, 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서울시는 ‘서울형 상생방역’을 한 달간 시범운영한 뒤 확대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하지만 시범사업 자체가 ‘방역은 이제 괜찮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접종률과 무관하게 지자체가 방역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된다는 점도 문제이다.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서울시는 식당·카페·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 완화를 요구해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의 확산 억제 효과가 확인되기 전부터 방역 완화에 매몰될 경우 유행이 감소하지 않고 정체될 우려가 있다”며 “지금 버티는 한두 달이 장기적인 방역 관리 측면에서 훨씬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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