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약속한 '2000명 감축' 몇 년 걸릴지 모른다
직원들 "조직 비대는 정부 정규직화 탓, 이제와 비효율 운운 모순"
인력 감축 '노노갈등' 가능성..강제 없이 진행, 적어도 수년 소요
[경향신문]
정부가 신도시 사전투기 등 각종 비위 의혹에 휘말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혁신안 실행에 착수했다. 핵심인 조직개편안은 오는 8월 이후로 확정이 미뤄져 이번 혁신안에서는 LH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2000명 이상 감축’이 가장 강도 높은 대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인력 감축안에 대한 LH 내부 반발이 거센 데다 실제 감축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어 적잖은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준 LH 사장은 8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등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며 “정부에서 발표한 혁신안에 따라 LH가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으로 탈바꿈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날 열린 본부장급 이상 확대간부회의에서 혁신안 이행을 위한 세부 실천계획 마련 방안도 논의했다.
혁신안 발표 하루 만에 나온 LH의 ‘화답’이지만 내부에서는 불만과 우려가 높다. 가장 큰 반발을 사는 것은 ‘2000명 이상 감축’안이다. LH의 경우 2015년 6617명이던 직원 수가 올 1분기 공시 기준 9907명으로 늘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2017~2018년 기간제(1261명), 파견·용역직(1715명) 등 2976명이 정규직으로 전환한 결과다. LH는 우수한 전환 실적으로 2년 연속 일자리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환된 노동자 수를 제외하면 정규직 ‘순증’은 5년여간 314명이다.
한 LH 직원은 “LH가 정부 표현대로 ‘비대한 조직’이 된 이유는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적극 장려한 결과”라며 “이제 와서 조직이 비대해 통제가 안 되고 효율이 없다는 지적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인력 감축을 놓고 ‘노노갈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은 주로 시설관리 노동자와 콜센터 등 주거복지 관련 노동자들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전환 인력은 대부분 주거복지 쪽 업무라 감축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기존 ‘정규직’ 직원들 사이에서는 “조직이 커진 건 정규직 전환의 결과인데, 왜 내가 감축 대상이 되어야 하나”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LH노동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감축안이 정확히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등이 불분명해 조합원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감축 과정에서 조합원 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고,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사측이 퇴사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LH 직원은 “사전투기로 구속된 직원이 실제로는 많지 않고, 아직 해당 판결도 나지 않았다”며 “20%가 넘는 인력 감축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00명 이상 감축을 공언하고서도 “강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동법상 문제가 되기 때문에 강제해고나 퇴사권유 등의 방식은 당연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정년퇴임 및 희망·명예퇴직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 회사 정원을 줄여놓고 이를 초과하는 인력들이 퇴사하기를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LH의 희망·명예퇴직 인원이 약 200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강제성 없는 감축안이 실행되기까지는 적어도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력 감축을 위해 LH의 신규채용 규모도 향후 몇 년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신규채용을 일정 부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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