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의 재판 관여 차단이 군 사법제도 개혁 핵심

길윤형 2021. 6. 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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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이아무개 공군 중사 사건 이후 사건·사고를 은폐·축소하려는 체질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려면 군에게만 특수하게 적용되는 사법체계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7일 "이런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는 체계를 만들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군사법원법 개정안 처리를 독촉하고 있어, 군 사법체계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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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성폭력]정부가 발의한 군사법원법 개정안 보니
군사법원은 1·2심 중 1심만 담당하고
군사령관에 부여된 각종 재량관 제한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이아무개 공군 중사 사건 이후 사건·사고를 은폐·축소하려는 체질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려면 군에게만 특수하게 적용되는 사법체계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7일 “이런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는 체계를 만들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군사법원법 개정안 처리를 독촉하고 있어, 군 사법체계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엔 6개의 서로 다른 ‘군사법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 중이거나 접수된 상태다. 이번 성추행 사건 이전엔 군사법원법 개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지 않아 법안 처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국회가 법안 심사를 본격화하면 일단은 지난해 7월3일 정부가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의 큰 특징은 현재 전시와 평시를 가리지 않는 군 사법체계를 이원화해 전시엔 그동안 유지돼 온 군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평시엔 이를 대폭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제식구 감싸기’ 논란을 일으켜 온 군 사법체계를 개혁해 “사법의 독립성과 군 장병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을 법안의 제안 이유로 꼽았다.

정부 개정안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점은 현재 1·2심을 담당해 온 군사법원의 역할을 평시엔 1심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보통군사법원(1심)과 고등군사법원(2심)으로 분리됐던 군사법원이 하나로 통합된다. 그에 따라 관할지역 역시 서울 등을 담당하는 중앙지역군사법원과 각 지역을 나눠 담당하는 제1~4지역군사법원 등 다섯개로 나뉘게 된다.

평시에 재판 결과에 대한 군 지휘관의 재량권을 크게 제한한 점도 눈에 띈다. 그동안 유지되던 평시 관할관(국방부 장관 등 지휘관이 법원장을 맡는 개념) 제도를 없애고, 군 판사를 군사법원장에 임명하도로 했다. 관할관 제도가 사라지면서, 관할관에게 부여되던 ‘확인 조치권’(379조1항)도 폐지하게 된다. 확인 조치권이란 관할관이 “형이 과중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선고된 형의 3분의 1 미만의 범위에서 그 형을 감경할 수 있게”하는 제도를 뜻한다. 그동안 이 제도로 인해 ‘제식구 감싸기’, ‘고무줄 양형’ 논란이 이어지며 군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이 가중됐다. 또 판사의 자격이 없는 장교가 재판관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도 평시에 한해 폐지하도록 했다. 이 제도에 대해선 군 지휘관이 심판관 직을 이용해 재판에 개입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다만, 법안은 군이 전시에는 평시와 다른 사법체계를 운영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평시에 “군 검사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해당 군검찰부가 설치된 부대의 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238조3항)는 조항을 폐지하도록 한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9월 이 법률안에 대한 ‘검토보고’에서 특히 이 조항을 언급하며 “자신의 부대에서 발생한 사건이 진급평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휘관들이 축소·은폐하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고, 그로 인해 군내 사망사고를 비롯한 중요사고의 철저한 초동수사 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군 사법체계를 이렇게 바꿔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군의 특수성이 인정되는 ‘군사 관련 범죄’는 전체 군 내 범죄(입건 수 기준) 가운데 2017년 13.3%, 2018년 13.4% 2019년 11.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80% 이상은 교통범죄, 폭력, 성범죄, 기타 성범죄 등 일반 범죄였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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