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 교수 "기본소득, 진보 진영 포퓰리즘 아냐"

박상욱 2021. 6. 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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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일 서울대 경제학부 게시판과 SNS 글 게재
학계와 정계 지원 사격..기본소득 논쟁 치열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모 전시 '사람 사는 세상'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19.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박상욱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야권의 공세가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기본소득은 진보 진영의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나서는 등 기본소득 논쟁에 학계와 정계의 지원 사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7일과 8일 서울대 경제학부 게시판과 자신의 SNS에 '기본소득제도를 지지하는 보수성향의 경제학자들도 많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기본소득제도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보수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시카고 대학의 프리드먼(M. Friedman)이며, 현재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있는 경제학자들의 성향도 보수와 진보로 다양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을 진보진영의 대표적 어젠다로 보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경제학자인 맨큐가 서적 'Combating Inequality'의 공동 저자로 참여해 기본소득제도를 적극 지지한 사실을 소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맨큐는 정책A(선별 복지)와 정책B(기본소득)의 비교 분석을 통해 선별복지나 기본소득 방식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각 개인별로 정부에서 받는 돈과 정부에서 내는 돈을 뺀 금액을 계산해 보면 소득 수준이 어떻든 간에 A정책이나 B정책의 결과는 거의 같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부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하더라도 그만큼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선별 복지나 기본소득 간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교수는 보수 경제학자들이 행정적으로 단순해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본소득의 효율성을 치켜세웠다.

그는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식은 말도 안 되는 진보진영의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많다"라며 "그러나 보수의 아이콘인 맨큐는 선별적 지원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전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낫다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맨큐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점과 관련한 그의 논리는 반박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해당 글이 게시된 서울대 게시판에는 기본소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학생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WXXXX' 아이디의 작성자는 "기본소득제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줄까 염려돼 그동안 우호적이지 않았다"라며 "맨큐의 논리를 부정하기 힘든 것에 동의한다. 학계에서의 수준 높은 논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가장 필요할 것 같다. 그것이 지식인으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는 댓글 남겼다.

'앱XX' 아이디의 학생은 기본소득의 현실적용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기본소득제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고 썼으며, 'CXX' 아이디 작성자는 "프리드먼이 기본소득도 주장했다는 건 조금 놀랍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김찬휘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도 "자신의 당 기본소득부터 잘 만들어야"라며 기본소득을 비판한 윤희숙 의원의 논리적 오류를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생존해 있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 9명, 고인이 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 8명이 기본소득 혹은 기본소득과 유사한 제도를 지지하거나 지지했던 것으로 볼 때 한 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기본소득에 관해서 무엇이라 말했는가가 기본소득 정책의 진위를 결정하고 존폐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짜 기본소득은 정반대로 근로의욕을 전혀 감퇴시키지 않는다. 기본소득을 받고 더 일할 수도 있고 덜 일할 수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그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증대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규민 의원(경기 안성)도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은 사기성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유승민 의원에 "공정소득 식의 복지는 낙인을 피할 수 없다"며 "기존 복지정책보다 새로울 것이 없다"고 맞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sw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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