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택배 '살아있는 꿀벌'까지 맡아" K-간호사의 한탄

최하얀 2021. 6. 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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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간호사가 겪은 황당한 사례다.

일부 환자·보호자들의 폭언, 폭행, 갑질,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며, 간호사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심각한 '정서적 소진'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기관의 간호사들은 환자 치료는 물론이고, 병실 청소와 소독도 해야 하고, 고령이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의 기저귀 갈기나 식사 보조, 체위 변경 등 넘치는 일들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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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코로나19 환자 돌보는 간호사들 정서적 소진
"왜 면회 막냐" "나 때문데 돈 버는 주제에" 폭언
호전 뒤 화장실 불러 "대변 닦아달라" 성추행도
울산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자가 본인 관절 치료를 위해 살아있는 벌을 택배로 시켰어요. 병실로 가져다줄 수는 없으니 환자가 퇴원할 때까지 벌을 보관해야 했어요.“ ·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간호사가 겪은 황당한 사례다. 8일 전국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3월22일부터 5월7일까지 조합원이 있는 102곳 의료기관에서 벌인 실태조사 결과 가운데 코로나19 치료 의료기관에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겪은 일들을 모아 공개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고 1년 4개월. 일부 환자·보호자들의 폭언, 폭행, 갑질,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며, 간호사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심각한 ‘정서적 소진’을 호소하고 있다.

노조는 “코로나19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환자·보호자들의 불평불만이 특히 심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특성상 음압병실 안에 격리돼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아프지 않은 나를 강제로 가둬뒀다”거나 “네가 뭔데 면회를 막느냐”, “왜 병실 밖에 나가지를 못하게 하느냐”며 환자와 보호자들이 욕설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병원에 반입할 수 없는 물품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잦다. 주로 전기장판, 드라이기, 옥벨트, 안마기, 고주파 진동기 등 전열기구, 각종 반찬과 통조림, 비타민제와 한약, 각종 즙 등이 문제가 된다. 한 간호사는 “커피포트를 가져온 환자에게 병원에서는 전열기구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도청에 민원을 넣겠다’ ‘중수본(중앙사고수습본부)에 연락하겠다’고 하는 것을 방호복을 입은 채로 2시간 가까이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기관의 간호사들은 환자 치료는 물론이고, 병실 청소와 소독도 해야 하고, 고령이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의 기저귀 갈기나 식사 보조, 체위 변경 등 넘치는 일들을 해야 한다. 그런 간호사들에게 “너네가 하는 일이 뭐가 있냐”, “딴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은 다 퇴원했는데 나는 왜 안 퇴원을 안 시켜주냐. 돈 벌려고 그러는 거냐”, “나 때문에 돈 버는 주제에 똑바로 해라”, “기운이 없으니 옷장과 냉장고 속 반찬 정리를 해라”라고 말하며 사기를 꺾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며 예의 없이 행동하는 환자·보호자들에 대한 증언도 많았다.

성희롱·성추행과 폭행 사례도 더러 있었다. 한 환자는 간호사가 기저귀를 교체하는 중에 “이런 식으로 해서 결혼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한 40대 남성 환자는 중증으로 악화했을 당시 대소변을 침상에서 봐야 했는데, 상태가 안정되고 나서도 간호사를 화장실로 불러 대변을 닦아달라고 요구했다. 병실 침대에서 하의를 입지 않고 이불을 덮지 않은 상태로 있는 환자 때문에 간호사들이 성적 불쾌감을 느꼈다는 증언도 있었다. 밥이 식었다며 식판을 엎거나, 퇴원을 시켜주지 않는다며 소리를 지르고 수액 폴대를 휘두르며 주변 물건을 집어 던진 사례도 있다.

노조는 “코로나19 치료 의료노동자들은 인력부족 속에 무겁고 환기가 되지 않는 방호복을 입고 일하기 때문에 육체적 소진이 큰데, 이에 더해 정서적 소진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앞장서 ‘의료진 덕분에’ 운동을 벌이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근무여건 개선을 약속했지만 현장은 그대로다. 소진을 줄이려면 극심한 인력부족과 과중한 업무,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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