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DA 승인한 '치매 신약'..효과는 물음표

김윤나영 기자 2021. 6. 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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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업체 공동 개발 '아두카누맙', 원인 물질 겨냥 첫 치료제
자문위 "데이터 불충분·설득력 없어"..임상서 40%가 부작용
1년치만 6200만원 '고가'..추가 입증 실패 땐 승인 철회 가능

[경향신문]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7일(현지시간) 논란의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상품명 애드유헬름·사진)을 조건부 승인했다. FDA가 치매 치료제를 승인한 것은 2003년 이후 18년 만이다. 특히 증상 완화가 아닌 치매의 원인을 겨냥하는 치료제가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은 세계에서 최초다. 그러나 FDA는 “효과가 불충분하다”는 독립적인 자문위원회의 반대에도 허가를 밀어붙여 논란이 분분하다.

FDA는 이날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이 “환자에게 중요한 이점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조건부 승인했다.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추가 연구가 실패하면 승인은 철회될 수 있다. 바이오젠은 2030년까지 추가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아두카누맙은 치매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뇌 속의 노폐물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줄이는 원리로 만들어진 약이다. 지금까지 승인된 치매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한정됐다. 아두카누맙은 치매의 원인을 공략하는 용도로 승인받은 첫 번째 신약이다. 효과만 입증되면 치매를 치료할 ‘게임체인저’로 꼽힐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약이 2019년 3월 중단한 두 건의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같은 해 10월 고용량을 투여한 환자들 자료만 따로 떼어서 봤더니 두 임상시험 중 하나에서 치매 환자들의 기억력 감퇴 속도가 22% 늦춰졌다면서 효과를 주장했다. 바이오젠은 이를 근거로 FDA에 승인을 신청했다.

독립적인 전문가로 구성된 FDA 자문위원회 전체 11명 중 10명은 지난해 11월 “임상시험 데이터가 불충분하고, 새 해석도 설득력이 없다”면서 승인에 반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약의 작동 원리에도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줄이면 치매가 치료된다는 것은 하나의 가설일 뿐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안전성도 논란이다. 아두카누맙 임상시험 참여자의 40%는 부작용으로 뇌부종을 경험했다.

이번 결정으로 FDA의 신약 허가 기준이 흔들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이언스는 “FDA가 효과 없는 약물을 승인한 것은 알츠하이머의 연구를 과거로 되돌리고 환자에게 잘못된 희망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FDA 규제정책 전문가인 조지프 로스 미 예일대 의대 교수는 “이번 허가는 FDA와 전반적인 보건시스템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환자와 보험사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에 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전문지 스탯도 “FDA는 지난 수십년간의 규제 관례에서 벗어나 잠재력만 있고 입증되지 않은 치료에 대한 새 기준을 설정했다”면서 “이는 다른 파괴적인 질병에도 적용될 수 있는 위험한 새 표준”이라고 우려했다.

비싼 가격도 논란이다. 바이오젠은 이 약의 1회 주사 비용을 4312달러(480만원)로 책정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정맥주사로 맞아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비용은 5만6000달러(6230만원)다. 마이클 보나토스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혁신이 없었다는 사실을 반영한 타당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바이오젠 주가는 전날보다 38.3% 오른 주당 393.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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