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죽지" 남편 해치려 칫솔에 락스 뿌린 아내..집행유예

남편이 설치한 몰래 카메라에 덜미

남편을 해치려고 남편 칫솔 등에 락스를 몰래 뿌린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에게 법원이 징역 1월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2단독 김형호 판사는 8일 남편을 해치려고 한 혐의(특수상해 미수)로 재판에 넘겨진 A(47)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20시간 사회봉사를 명했다. A씨는 지난해 2∼4월 사이 남편 B씨가 출근한 후 10여차례에 걸쳐 락스를 칫솔에 뿌리는 등 남편을 해치려고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A씨의 범행은 B씨가 몰래 카메라와 녹음기를 설치하면서 들통이 났다. 당시 카메라와 녹음기에는 무언가를 뿌리는 소리와 함께 "왜 안 죽지", "오늘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A씨 목소리가 담겼다. B씨는 위장 통증을 느낀 후 안방 화장실에 평소 보지 못한 곰팡이 제거제가 있고 칫솔과 세안 솔 등에서 그 냄새가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아내 몰래 카메라와 녹음기를 설치했다. 이에 A씨는 재판에서 녹취록 등 일부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판사는 "피해자의 증거 수집 방법 등을 종합하면 해당 증거 수집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범행이 계획적이고 수법이 불량하고 범행으로 피고인 자녀까지 충격을 받은 데다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해 엄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재범 우려가 없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

한편 B씨는 A씨 통화나 대화를 녹음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아내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며 대구가정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해 아내가 100m 이내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임시 보호 명령도 받아냈다. 다만 법원은 B씨가 아내가 잠든 사이 카카오톡 내용을 몰래 본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 선고를 유예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