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죽나" 남편 칫솔에 락스 뿌린 아내, 집행유예

이승규 기자 2021. 6. 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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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 6개월, 집유 3년 선고
재판부 "엄벌 필요하나 초범 등 감안"
/일러스트=정다운

칫솔에 몰래 소독제(락스)를 뿌려 남편을 해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내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아내가 범죄 전력이 없고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이 참작된 것이다.

8일 대구지법 형사2단독(김형호 판사)은 특수 상해 미수 혐의로 기소된 A(46)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2~4월 남편 B(47)씨가 출근한 뒤 칫솔 등 세면도구에 10여 차례에 걸쳐 락스를 뿌리는 등 남편을 해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범행은 갑작스레 위장 통증을 느낀 남편이 집안에 녹음·녹화 장치를 설치하면서 드러났다. 지난해 1월 위염과 식도염 진단을 받은 B씨는 칫솔에서 락스 냄새가 나던 점 등을 미심쩍게 생각하고 화장실 내부를 향해 녹음기와 카메라를 설치했다. B씨가 확인한 영상에는 A씨가 “안 뒤지나(안 죽나)” “오늘 진짜 죽었으면 좋겠다” “죽어 죽어”라고 말하며 남편의 칫솔에 락스를 뿌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 부부는 지난 1999년 결혼했지만 이후 관계가 악화돼 2008년부터 각방을 써왔다. 지난 2014년에 A씨는 다른 남성과 “추석 당일 만나자”는 문자를 나누다 남편에게 들켰고, 2019년엔 B씨가 아내의 외도를 추궁하다 이혼을 요구받기도 하는 등 부부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B씨는 증거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4월 대구가정법원에 피해자 보호 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은 A씨에게 퇴거 조치와 함께 B씨의 주거 및 직장에서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임시보호명령을 내렸다. 같은 달 B씨는 대구지검에 살인미수 혐의로 A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수사를 통해 특수 상해 미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문자 기록을 몰래 보고 대화를 불법 녹음했다며 맞고소했지만 남편은 앞선 재판에서 각각 선고 유예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문자 기록을 몰래 본 것은 경위를 참작할 수 있고, 대화 녹음 역시 몸을 지키기 위한 증거 수집으로 인정 받은 것이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은 계획적이며 피해자가 눈치를 채지 못했다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자녀들도 심한 충격을 받은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에 비추면 엄히 처벌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과 별다른 범죄 전력과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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