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간호사 3교대 근무' 의료계 관행 깼다

이병문 2021. 6. 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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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지 근무형태중 자율선택 가능..병동간호사중 86%가 선호
3교대 근무 1%로 획기적 감소, 자율출퇴근 조절 만족도 2배
'모두가 전문가' 케어기버 선포..호칭 '선생님'으로 모두 통일

'의료계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이 오랫동안 관행으로 굳어온 '간호사 3교대'를 탈피해 4가지 근무형태를 도입했다.

그 동안 간호사들의 퇴직 원인 1순위로 늘 3교대 근무가 꼽혀왔다. 낮(day). 저녁(evening), 야간(night) 조로 운영되는 3교대 근무는 생체리듬이 깨어지고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게 하며 정상적인 가정생활이나 육아에 많은 어려움을 발생시켜 삶의 질 저하 및 직무 부적응을 호소하다가 퇴직으로 이어지는 주 요인이 되어 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이같은 현실을 개선하고자 수년 전부터 야간 전담제도를 도입하며 개선 활동을 벌여왔지만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에 병원은 간호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기존의 전통적 3교대 근무 이외에 △낮 또는 저녁 고정 근무 △낮과 저녁 혹은 낮과 야간, 저녁과 야간 번갈아 근무 △야간 시간대 전담 △12시간씩 2교대 등 총 4개 유형, 7가지 근무제 도입을 본격 도입했다.

삼성서울병원(원장 권오정)은 "간호사의 오랜 고민이자 주요 퇴직 원인이었던 획일적 3교대 근무제도를 벗어나 간호사 개인의 선호와 환자 치료 여건 등을 종합해 4가지 근무형태 중 하나를 자율적으로 매달 선택하는 유연근무제를 본격 도입했으며 시행중인 병동은 86%(전체 56개 병동 중 48개 병동)에 달한다"고 8일 밝혔다.

유연근무제 본격 시행에 앞서 6개월간 시범 운영한 결과, 기존의 3교대 근무를 선택한 간호사는 1%대에 불과해 유연 근무 제도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매우 높았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은 "중증 환자 비율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은 숙련된 간호사의 건강한 일상이 본인의 행복과 함께 환자 안전, 치료 성과 향상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근무형태 개선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새로 구상한 제도 도입에 앞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씩 1차 390명, 2차 900여명을 대상으로 본인이 직접 근무제도를 선택하도록 시범 운영을 시행했다. 그 결과, 부서별 상황에 따라 달랐지만 전통적인 3교대 근무자는 1%대로 줄어든 반면, 야간이 없는 고정 근무 30%, 야간전담이나 12시간 2교대만 하는 비율이 50%에 달하는 등 간호사들의 근무가 안정화되어 생체리듬이 깨어지는 고충이 많이 해소됐다.

세대별로도 신세대는 자기계발과 휴식을 선호해 12시간 2교대나 2 쉬프트(Shift·야간포함) 근무제를 선호했고, 중간세대는 결혼과 가정, 수면 건강을 고려한 고정근무제(1,2 쉬프트) 선호도가 높았고, 기성세대는 야간근무 없는 고정근무제(1,2 쉬프트)가 높아 육아를 위해 안정적인 주간 근무를 선호하는 등 세대별로도 상황에 따른 근무형태 선호도가 달랐다.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른 개인별 만족도 효과도 뚜렷했다. 시범사업 전 약 36%였던 본인의 근무형태에 긍정 반응을 보였지만 이후에는 67.8%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한 간호사는 "가족들 전체가 안정되는 느낌이다. 아이들이 출퇴근 시간을 늘 물어보았는데 유연근무제 이후 제가 낮 또는 저녁근무를 고정으로 했더니 아이들이 더 이상 물어 보질 않아요"라고 말했고, 다른 간호사는 "3교대를 하면서 늘 시차 적응을 해온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잠을 잘 자니까 일도 열심히 하고 덜 피곤하고 멍한 느낌도 덜한 것 같다"라며 건강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시범운영때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인력 공백때 즉각 지원하는 베테랑 간호사들을 선발해 '에이스(ACE)팀(Acknowledged Care Expert Team)'을 구성한 것도 제도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 그 동안 간호사들은 동료의 갑작스런 사직이나 병가, 조퇴 등 인력 공백이 발생하면 본인 스케쥴이 모두 변경되어 계획된 여행은 커녕 육아 등 가정 대소사로 인한 휴가조차 쓰기 어려워 아픈데도 참고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병동 9명, 중환자실 2명으로 구성된 에이스팀원들은 각 병동에서 결원이 발생하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 환자 안전과 치료의 질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김미순 간호부원장은 "유연근무제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근간"이라며 "간호사들이 직접 선호하는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변화에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간호사 유연근무제 이외에도 지난 2019년 개원 25주년 새 비전 '미래 의료의 중심 SMC'선포와 함께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병원의 모든 직원들이 환자를 돌보는 전문가라는 의미에서 '케어기버(caregiver)'개념을 도입해 모든 직종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는 자긍심을 갖게 했다. 또한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도록 호칭도 직급을 부르는 대신 '선생님'으로 통일했다. 이와 함께 '명의를 넘어 명팀으로'라는 슬로건 하에 매년 '최고의 명팀'을 시상해 모두가 전문가라는 케어기버 정신을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도 지속 진행중이다

지난 1994년 개원 당시부터 한국 의료계 문화 발전을 선도해 온 삼성서울병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원내 감염 최소화를 위해 작년 9월부터 '스피드 게이트'시스템을 모든 출입구에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또한 모든 외래진료와 검사 이후 마지막에 수납하는 논스톱 결재 시스템인 'PAY Thru'제도를 국내 최초로 시행하는 등 환자 진료 편의를 위한 개선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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