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나랑 놀지"..성추행 피해자 성희롱 군사 경찰

고득관 2021. 6. 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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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공군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고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군사경찰이 공군 내 불법 촬영사건 피해자들을 회유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제19전투비행단 불법 촬영사건과 관련해 초동 수사를 맡은 수사계장이 피해자들에게 "가해자가 널 많이 좋아했다더라, 많이 좋아해서 그랬나 보지, 호의였겠지", "그런 놈이랑 놀지 말고 차라리 나랑 놀지 그랬냐, 얼굴은 내가 더 괜찮지 않냐" 등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 불법촬영 사건의 가해자는 군사경찰대 소속으로,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군성폭력상담소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수사계장으로부터 비슷한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를 지칭해 "걔도 불쌍한 애야", "가해자도 인권이 있어"라면서 가해자를 옹호하고 "(가해자를) 교육을 시켰으니 좀 버텨보자", "또 그런 일이 있으면 바로 조치할게" 등 피해자를 회유했다는 주장이다.

또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수사계장으로부터 비슷한 말을 들었고 공군 제19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 소속 인원들이 공공연히 가해자가 불쌍하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군성폭력상담소는 "그간 사건 처리가 왜 엉망으로 되었는지, 가해자가 구속도 되지 않고 부대를 활보하고 다녔는지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수사를 해야 할 군사경찰들이 모두 가해자 편에 서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20년에는 가해자가 여군을 대상으로 영내에서 유사한 범죄행위를 하다 적발된 바 있다"라면서 "사건이 대충 넘어가자 담이 커진 가해자는 주거 침입, 불법 촬영 등의 추가 범죄도 거리낌 없이 저지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군성폭력상담소는 지난달 초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 여군을 상대로 불법촬영을 저지른 군사경찰대 소속 간부가 현행범으로 적발됐으나 가해자는 구속되지도 않았고 피해자와 같은 부대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가해자는 여군 속소에 침입해 속옷을 불법 촬영했고 신체를 촬영한 경우도 있었다. 가해자의 USB에서는 피해 여군의 이름으로 정리된 폴더와 불법촬영물이 다량 발견됐다. 군성폭력상담소의 폭로 이후 공군은 해당 사건을 공군본부 중앙수사대로 이첩하고 가해자를 구속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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