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뒤집힌 징용 배상 판결, 反日 정서 넘어 法理에 부합한다

기자 2021. 6. 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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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둘러싼 사법적 대혼란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는 송모 씨 등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하(却下) 결정을 내렸다.

이번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에 대해 보유한 개인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에 의해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볼 수 없지만, 소송으로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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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둘러싼 사법적 대혼란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는 송모 씨 등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하(却下) 결정을 내렸다. ‘요건을 갖추지 못해 재판에 들어가지 않고 끝낸다’는 것으로 원고 패소 판결에 해당한다. 이는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얼핏 보면 대법원 판결에 배치되는 1심 판결이어서 일과성 소동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법리(法理)의 측면에서는 이번 판결이 훨씬 보편적·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법원에서 진행된 과정까지 포함하면 징용 소송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됐다. 국내로 옮겨와 2005년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이 제기된 이후 2008년 1심, 2009년 2심에서 모두 원고가 패소했다. 2012년 대법원(소부·주심 김능환)이 1·2심을 뒤집어 일본 기업에 배상책임 있다는 취지로 파기 환송하고, 또 여러 과정을 거쳐 2018년 김명수 체제의 대법원 전원재판부에서 11 대 2로 최종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1·2심과 대법원 소수 의견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능환 판결의 문제점을 인식한 양승태 체제의 대법원이 판결을 미루고 외교적 해법을 기다리는 것과 얽히면서 사법농단 사태로까지 번졌다.

핵심은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 조약에 관한 빈협약 등 국제법 인정 여부다. 이번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에 대해 보유한 개인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에 의해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볼 수 없지만, 소송으로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했다. 청구권협정 문언(文言)과 ‘조약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 방법으로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선 안 된다’는 빈협약 제27조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법리다.

이에 비해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보면, 이런 합리성·보편성을 뛰어넘기 위해 소멸시효에 대해선 ‘사실상의 장애 사유’, 구 일본제철 법인격 소멸에 대해선 ‘공서양속(公序良俗) 위반’, 일본 법원의 기판력을 뛰어넘기 위해 ‘헌법 전문’을 동원했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국민의 분노, 즉 반일(反日) 정서를 법리에 대입한 셈이다. 김능환 대법관이 “건국하는 심정”이라고 했던 언급의 연장선이다. 일제 만행에 분노하고, 희생자들을 존경하며 필요한 보상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영원한 책무다. 그러나 법리가 흔들려선 안 된다. 상급심의 냉철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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