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전면등교보다 더 중요한 일

이용권 기자 2021. 6. 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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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인 아들에게 2학기부터는 학교에 매일 가야 할 거라고 했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1주일에 많아야 2∼3번 등교하다가 매일 등교해야 한다니까 그동안 원격수업 사각지대에서 즐겼던 게임, 유튜브 시청 등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평소에 학교생활을 재밌어하던 아들이었기에, 혹시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싶어 매일 등교가 왜 싫은지 물었다.

그것이 대한민국 모든 학부모가 전면 등교보다 더 바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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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사회부 차장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들에게 2학기부터는 학교에 매일 가야 할 거라고 했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1주일에 많아야 2∼3번 등교하다가 매일 등교해야 한다니까 그동안 원격수업 사각지대에서 즐겼던 게임, 유튜브 시청 등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들도 한마음일 수 있다.

그래도 평소에 학교생활을 재밌어하던 아들이었기에, 혹시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싶어 매일 등교가 왜 싫은지 물었다. 그랬더니 학교생활 자체가 재미없다고 했다. 예전엔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었는데, 요즘엔 투명칸막이가 쳐진 1인용 책상에 앉아 종일 마스크 쓴 채로 책상과 칠판만 보다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쉬는 시간도 줄고, 점심시간에도 각자 자리에 앉아 대화 없이 밥만 먹어야 한다고 했다. 감염병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워진 규정이지만, 학생들의 ‘사회화’를 저해하는 요인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학업 성취도 저하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정부가 2학기 전면 등교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전면 등교를 마냥 기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학부모들이 학교에 바라는 점은 학업 성취도 있지만, 학원에서는 할 수 없는 전인교육도 원하기 때문이다. 실제 학업 성취 저하문제와 함께, 곳곳에서 디지털화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학생들의 운동능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수차례 지적됐지만,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신체 수준을 넘어 정신 영역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미 많은 학생이 친구는 물론 선생님과도 얼굴을 맞대고 목소리로 대화하는 것보다 손가락으로 휴대전화 카톡으로 소통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또,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와 농구로 몸을 부대끼며 유대감을 쌓는 것보다 온라인 공간에서 게임 등의 가상캐릭터로 만난다.

온라인에서 친구 간에 오가는 표현도 얼굴을 보지 않는 탓인지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공격적인 어휘가 많다. 이는 현재 급증하는 ‘사이버 학교폭력’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설문조사에서 발표돼 충격을 줬던, 코로나19로 인해 영유아들의 언어 노출과 발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이 비단 영유아들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학교생활, 단체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2학기부터 전면등교가 이뤄지면 이런 문제들이 개선될까. 원격수업보다야 낫겠지만, 상반기와 같이 칸막이로 구분된 책상에 앉아 있어야만 하는 쳇바퀴식 등교수업으로는 필요한 교육을 담보할 수 없어 보인다. 국, 영, 수 등의 학업 성취도만 높이기 위해서라면, 오히려 마스크를 써야 하는 등교 수업보다 마스크에서 자유로운 온라인 수업이 더 의미 전달이 뚜렷할 수도 있다.

코로나가 완전히 극복되기 전에는 현재와 같은 등교 수업 방식으로는 전면등교라도 한계가 분명하다. 교육 당국은 전면 등교를 위한 방역 대책에만 골몰하기보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모든 학부모가 전면 등교보다 더 바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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