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밈 주식'에 점령당한 미 ETF들, 올라탈 텐가 피할 텐가

이다비 기자 2021. 6. 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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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에서는 ‘밈 주식(meme stock)’ 투자 열풍이 다시 거세졌다. 밈 주식이란 소셜미디어(SNS)나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오르는 종목을 뜻한다. 지난 1월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GME)’으로 쏘아 올린 밈 투자는 지난달부터 다시 ‘AMC’가 바통을 이어받은 모습이다.

AMC는 미국 최대 극장 체인으로, 지난 1월에도 게임스톱과 함께 밈 주식으로 미 로빈후드 투자자(개인 투자자)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다 이번 밈 주식 광풍에서 게임스톱을 제치고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지난달 21일까지만 해도 12.08달러에 거래됐던 AMC는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55달러를 기록하며 약 355.29% 급등했다. 지난 2일 최고가(62.55달러) 기준으로 AMC 시가총액은 310억달러를 넘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50배, 주가가 올랐던 2017년 시가총액의 약 8배에 달하는 셈이다. 미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에는 여전히 ‘AMC to the moon!(가즈아!)’을 외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미국 뉴욕의 AMC 영화관. /AP 연합뉴스

이런 밈 주식 광풍에 AMC가 들어가있는 상장지수펀드(ETF)들까지 덩달아 뜨고 있다. 미 ETF닷컴은 이런 현상을 두고 “밈 주식 마니아가 ETF로 스며들었다”고 표현했다. 원래 ETF에서 한 종목이 급등했다고 해서 그 ETF까지 치솟는 일이 흔치 않다. 분산투자 효과가 있는 ETF는 원래 개별 종목의 영향을 과하게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밈 주식 광풍에서는 달랐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소파이 소셜50 ETF(SFYF)는 최근 한 달 새 약 31% 급등했다. 미 경제매체들은 “SFYF가 AMC 비중 증가에 힘입어 지난 2일에만 11% 상승했다”고 전했다. AMC 시총이 폭등하면서 지난 6일 기준으로 이 ETF 내 AMC 비중이 20.45%까지 불어났다. 다른 밈 주식인 게임스톱 비중도 5.94%에 이른다. ETF 편입 종목 중 약 4분의 1이 밈 주식으로 이뤄진 ETF인 것이다. ETF닷컴에 따르면 AMC의 소파이소셜50 ETF 설정 초기 비중은 5.5%였다.

퍼스트 트러스트 미드 캡 그로스 ETF(FNY)도 지난 7일 기준으로 AMC를 3.35%나 편입했다. 나머지 편입 자산들이 1% 미만인 상황에서 3%가 넘는 AMC의 영향력은 컸다. FNY도 AMC 랠리에 힘입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ETF인 인베스코 다이나믹 레저 앤 엔터테인먼트 ETF(PEJ)도 AMC 관련 ETF로 분류되기도 했다. AMC가 큰 폭으로 급등했던 지난 2일 PEJ 내 AMC 비중은 18%까지 늘었다. 다만 현재는 종목 리밸런싱(운용 자산의 편입 비중 재조정)에 나서 AMC 비중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PEJ의 최근 한 달 상승률은 15.60%를 기록했다.

ETF닷컴은 이런 현상을 두고 “각 ETF의 종목 리밸런싱이 일어나기 전에 투자자들은 각 ETF에 밈 주식이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알고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PEJ와 마찬가지로 SFYF도 한 종목으로의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리밸런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심한 밈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가 꺼려진다면 아직 리밸런싱이 되지 않은 소파이소셜50 ETF 등 AMC 편입 비중이 늘어난 ETF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밈 주식만큼의 변동성은 없지만 대신에 최근 상승률이 밈 주식 급등으로 인한 것임은 명심해야 한다.

스몰캡(소형주) ETF에 투자하지만 이런 밈 주식을 피하고 싶은 투자자를 위한 ETF도 있다. 스몰캡 ETF 등에서 AMC와 같은 밈 주식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즈덤트리 U.S. 스몰캡 펀드 ETF(EES)처럼 밈 주식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스몰캡 ETF가 주목받고 있다. 스몰캡 ETF에 투자하면서 밈 주식을 최대한 피하고 싶은 투자자면 EES를 눈여겨보면 좋다.

이 ETF의 기초 지수인 ‘위즈덤트리 U.S. 스몰캡지수’는 미 증시 스몰캡 중 수익 창출 기업의 실적을 측정하는 기초 가중 지수다. 즉, 실적이 동반된 스몰캡 종목의 비중만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ETF를 만든 위즈텀트리에 따르면 이번 AMC나 게임스톱처럼 실적이 아닌 입소문으로 오른 주식의 비중은 0.2% 수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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